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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중간수사 결과/ '몸통' 의혹 못 밝히고 '깃털'들만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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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중간수사 결과/ '몸통' 의혹 못 밝히고 '깃털'들만 기소

입력
2010.08.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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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1일 발표한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는 그 동안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의혹의 '몸통'은 쏙 빠진 채 '깃털'들만 기소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는 지적이다.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 우선 총리실 자체조사 결과 발표 시점보다 두 달 가량 앞선 2008년 7월쯤부터 이미 기업인 김종익(56)씨에 대한 내사가 시작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지원관실이 설립된 지 불과 사흘 만인 같은 해 7월 24일, 김씨 블로그의 내용이 정리된 문서파일을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복원해 냈다. 2008년 9월 '익명의 제보전화'로 김씨 내사에 착수했다는 지원관실 측 주장을 뒤엎을 중요 단서를 확보한 것이다.

당초 수사의뢰 사안은 아니었던,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부분에 대한 뒷조사가 벌어졌다는 것도 이번 수사 과정에서 새로 드러났다. 민간인뿐 아니라 입법부 소속인 현직 국회의원마저 불법 사찰했다는 점에서, 지원관실이 온갖 불법행위가 낱낱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검찰이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3명을 기소하면서 밝힌 범죄사실은 종전 총리실 진상조사 결과의 확인에 불과했다. 특히 검찰은 김종익씨 사찰 계기에 대해 '불상(不詳)의 경위'라고만 표현했다. 가장 핵심적인 의혹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총리실 직원들은 김충곤 전 점검1팀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김 전 팀장은 '익명의 제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이를 반박할만한 어떠한 물증이나 진술도 확보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민간인 사찰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윗선'의 존재도, 청와대 비선(秘線) 보고 의혹도,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영포(목우)회의 관련성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셈이다. 이번 사건의 입구와 출구가 모두 막혀버린 것이다. 중요 증거가 저장된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워낙 심하게 훼손된 데다, 사찰활동 보고과정에서 사용된 종이문서들도 사전에 대부분 파쇄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부실수사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검찰이 이미 지난해 민간인 불법 사찰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석연찮은 이유로 사건화하지 않고 묵인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9월 김씨는 총리실이 수사의뢰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지원관실의 협박과 강요로) 한 사람의 가정과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애초 수사의뢰된 사건만 처리했을 뿐, 그의 호소는 사실상 묵살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였던 김씨가 자신의 형사처벌을 감경하려는 의도에서 그런 주장을 했던 것으로 당시 수사팀은 받아들인 것 같다"며 "당장 지원관실의 불법 사찰에 대한 수사의 단서로 받아들이긴 무리였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불법 행위를 인지하면 수사를 해야 하는 게 검사의 의무라는 점에서, 직무유기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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