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스마트폰 블랙베리가 보안 문제를 놓고 각국과 잇따라 갈등을 빚고 있다. 모두 블랙베리만의 독특한 정보 관리 체계에서 연유하는 문제들인데, 이에 대한 중동과 유럽의 속내가 다른 게 흥미롭다.
AFP통신은 10일 사우디아라비아가 블랙베리 제조사인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과 협의를 갖고 사우디 내 블랙베리 서비스 중단 방침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앞서 사용자들이 블랙베리의 메시지 기능을 통해 주고받는 정보를 당국이 검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서비스 중단을 경고한 바 있다. RIM이 결국 사우디 정부의 검열 요구를 수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RIM은 다른 제조업체들과는 달리 블랙베리 고객의 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암호화해 캐나다와 영국의 데이터 관리 서버에 직접 보내 관리하고 있어 현지 당국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사우디와 비슷한 이유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등도 블랙베리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블랙베리가 제공하는 은밀한 소통이 테러 모의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국가 안보 이유를 대는데, 반 정부 여론이나 반 이슬람 정보들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도 적지 않다.
유럽 쪽 사정은 검열보다는 국가적 차원의 정보 주권 문제에 가깝다. 독일은 9일 공무원들에게 블랙베리 사용을 금지시켰다. 독일은 블랙베리로 주고받는 정보가 해외 서버에 일괄적으로 저장돼 있어,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노출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암호화했다고는 해도 국가 중요 정보가 다른 나라 서버에 고스란히 쌓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과 프랑스 역시 비슷한 보안 상의 이유로 고위 공무원들의 블랙베리 사용을 금지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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