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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잔혹성 논란 일으킨 영화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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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잔혹성 논란 일으킨 영화 '악마를 보았다'

입력
2010.08.1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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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짐승을 상대하겠다고 짐승이 되면 되겠어?” 주류 상업영화로는 첫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잔혹성 논란을 일으킨 ‘악마를 보았다’ 속 경찰 오 과장(천호진)이 내뱉는 한 마디는 이 영화의 내용을 압축한다. ‘악마를 보았다’는 악마 같은 한 살인마를 단죄하다 스스로 악마가 되어버린 한 사나이의 처절하고도 서글픈 복수기다. 그의 피도 눈물도 없는 핏빛 행보는 복수의 쾌감에 앞서 눈을 질끈 감게 한다. 피로 얼룩진 선홍색 스크린에 관객들은 자주 진저리 치게 될 듯하다.

악마의 눈과도 같은 룸미러 장식이 영화를 연다. 자세히 보면 룸미러 양쪽에 달린 천사의 날개. 천사가 악마가 될 수도 있음을, 선의 다른 이름이 악이 될 수 있음을 그렇게 예시하며 영화는 한 여인의 잔혹한 피살로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아이를 가졌어요. 제발 살려주세요”라는 여인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칼을 내리치는 살인자 장경철(최민식). 그리고 머리만으로 돌아온 아내의 모습에 분노하는 국정원 요원 수연(이병헌). 영화는 두 사람의 대결만으로 144분을 오롯이 관통한다. 수연은 경찰과는 별도로 경철을 찾아 나서 죽기 ‘반보’ 직전까지 단죄를 하고 풀어주기를 반복한다. 아내가 받았던 만큼의 끔찍한 고통을 안겨준 채 경철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것. 경철은 악마적 대응으로 수연에 맞선다.

영화는 둘의 대결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우회로를 택하는 대신 직선대로를 내달린다. 그러기에 표현은 거침없다. 머리가 터지고 피가 쏟아지는 장면이 반복된다. 분리된 몸들이 뜨거운 김을 내뿜고, 머리통이 통통 바닥을 구르기까지 한다. 수연이 “평생 웃게 해주겠다”며 야비한 웃음을 흘리는 악당의 입을 죽 찢는 장면에서도 고개를 들긴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여러 장면으로 가늠했을 때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을 정도였던가에 대해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제목은 이중적이다. “피부가 부들부들해서 그렇게 애먹진 않겠다”는 소름 끼치는 대사를 내뱉으며 살인과 시신 훼손을 즐기는 경철은 악마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런 경철을 무자비하게 단죄하며 점점 그를 닮아가는 수연을 통해 인간의 심연에 숨은 악마성을 관객은 목도하게 된다. 요컨대 ‘악마를 보았다’는 살인과 복수의 연쇄 작용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악마성은 묻는 영화다.

11일 오후 서울 이문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에 앞서 김지운 감독은 말했다. “(최민식 이병헌) 두 분 연기만으로도 여러분께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의 공언대로 두 배우의 연기는 심장을 종종 옥죈다. 이병헌은 “아~” 하는 짧은 신음만으로도 사랑을 잃은 한 남자의 견딜 수 없는 고통을 표출한다. 얼굴 하나만으로도 하나의 스펙터클을 이루는 최민식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친절한 금자씨’이후 5년 만에 상업영화에 복귀한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스크린에 돋을새김한다.

‘장화 홍련’과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으로 완성도와 상업성을 동시에 보여줬던 김 감독은 예전과 다른 굵직한 연출을 선보인다. 스타일을 중시해온 그의 연출기법은 몇몇 장면에서 여전하지만 고운 색조로 일관하던 이전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심장 약한 사람이라면 관람을 꺼려야 할 영화. 드라마의 굴곡이 크지 않은데도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12일 개봉. 두 차례 등급 재분류를 거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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