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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꾸로 가는 日자민당의 '20세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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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꾸로 가는 日자민당의 '20세기론'

입력
2010.08.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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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일본 자민당 본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가 이날 발표된 한일강제병합 관련 총리담화에 대한 논평을 시작했다. "오부치 정권(1998년) 당시 한일공동선언에서 20세기에 일어난 일은 20세기에 해결하자는 미래지향의 결의가 있었지만 이에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 담화가 한일 미래지향의 외교관계에 장애가 되지 않나 매우 우려한다."

듣고 있던 일본 기자들도 의아했던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냐고 물었다. "20세기에 끝내자고 했는데 이번 담화는 미래를 지향하기보다 후퇴했다는 느낌이다."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20세기에 끝내자고 선언까지 했는데 지금은 21세기다." 들을수록 황당했던지 한 기자가 "그런 설명을 국민이 이해하겠는가. 사죄 자체가 안 된다는 게 자민당 견해인가"라고 물었다. "(사죄는)20세기에 끝낸 것"이라는 '20세기론'이 반복됐다.

들을수록 가관인 총리담화에 대한 자민당의 반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선왕실의궤 등을 돌려주겠다고 한데 대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조회장은 "가부는 국회 승인에 달려 있다"며 한일 정부가 반환 관련 협정을 체결할 경우 국회 통과를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일관계는 최근 20년 동안 몇 가지 중요한 일본 총리담화와 발언으로 묵은 갈등을 조금씩 해소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이고, 이보다 2년 앞선 호소카와(細川) 발언이다. 이번 간(菅) 총리담화도 이 대열에 들만하다. 인상적인 것은 이들이 모두 비자민이거나 자민당의 주도권이 약했던 정권의 총리라는 점이다. 자민당의 궤변을 들으며 반세기 넘게 일본을 이끌어왔던 이 정당이 그 동안 진정으로 한일관계의 개선을 고민해왔던 것인지 의심했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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