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개봉해 10일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은 1만700명 가량. 예술영화 ‘하얀 리본’(감독 미하일 하네케)의 흥행 성적이다. 9일 400만 관객을 넘어선 히트작 ‘인셉션’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그래도 관계자들은 환한 미소를 짓는다. 불과 2개관에서 개봉, 7,000명 정도인 손익분기점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파시즘의 근원을 들여다본 ‘하얀 리본’의 흥행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흑백화면에 144분간 퍼즐 맞추기식 이야기를 전개하는 내용이 대중들의 기호와 맞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개봉 전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수입사 관계자는 “극장 당 관객수만 따지면 올해 개봉 영화 중 7위”라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후광과 지식인은 꼭 봐야 한다는 홍보가 주효한 듯하다”고 말했다.
연중 최대의 대목으로 손꼽히는 여름 극장가 흥행 다툼이 더욱 치열해지는 요즘 숨은 강자들이 조용한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작지만 단단한 영화들의 잇단 흥행은 물량 공세에만 힘을 쏟는 여름 영화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천공의 난파선’은 10일까지 58만명 가량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그저 그런 흥행 성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은 호성적이다. 지난 8일 좌석점유율도 49.06%로 ‘인셉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편인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65만명)에 이어 릴레이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수입배급사 투니버스의 안애미 차장은 “할리우드 대형 애니메이션의 흥행 성적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이지만 무시 못할 흥행 성과”라고 자평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프랑스 해양 다큐멘터리 ‘오션스’의 흥행도 놀랍다. 지난 8일 55만 관객을 돌파하며 ‘워낭소리’에 이어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2위에 올랐다. 10일까지의 누적 관객수는 손익분기점(45만명)을 훌쩍 뛰어 넘은 57만8,377명. 가족 단위 관객의 단체 관람에 힘입은 결과다. 마케팅을 담당한 ‘영화인’의 박지영 실장은 “10일 하루에만 1만 4,000명이 관람하는 등 관객이 꾸준히 든다”며 “어른들을 위한 자막버전 개봉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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