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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집단지도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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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집단지도체제

입력
2010.08.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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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3월, 민주당은 대선 패배와 김대중 후보 정계 은퇴 후의 지도체제 재정비를 위해 전당대회를 개최했다. 이기택 김상현 정대철이 겨룬 대표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이기택이, 11명이 출마한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김원기 유준상 조세형 권노갑 노무현 한광옥 신순범 이부영 등 8명이 각각 선출됐다. 선출방식으론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였지만 실제 당 운영은 대표를 포함한 9인 최고위원의 지분이 동일한 집단지도체제로 이루어졌다. 당직 인선도 이기택 대표가 먼저 한 자리를 챙기면 나머지 최고위원들이 하나씩 골라 잡아 자기사람을 채워 넣는 식이었다.

■ 현안 처리에서도 주류_비주류 갈등에 9인 최고위원의 이해관계가 겹쳐 결정과 대처가 늦었다. 9인9색, 9인주식회사라는 비아냥과 자조가 당 안팎에 팽배했다. 대여 견제와 투쟁도 YS의 개혁드라이브 속에 지리멸렬해 야당 실종상태나 다름없었다. 최고위원들의 주된 관심사가 지분 챙기기와 계보원 관리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집단지도체제의 난맥상과 비효율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이 때의 이기택 체제는 야당 지도체제의 연구사례다. 참여정부 시절의 열린우리당이나 지금 한나라당도 집단지도체제이지만 대통령의 영향력이 행사되는 여당은 경우가 다르다.

■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체제 논쟁에 휩싸였다. 현행 단일성 지도체제 유지와 집단지도체제로의 변경 주장의 격돌이다. 집단지도체제 선호론은 단일성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고, 유력인사들의 당 운영 참여를 통해 대권주자 키우기에 유리하다는 근거를 든다. 반면 최고위원 직에 도전하는 386주자들은 "열린우리당 시절 확인된 절망적 지도체제"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내막은 지도체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각자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다. 유력주자들은 대표경선 탈락 위험 회피를, 386소장파는 최고위원 진출 기회 확대를 원하는 것이다.

■ 40대 총리 발탁으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경쟁구도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상태에서 제1야당의 지도체제 논쟁은 일반국민의 관심사에서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다. 경선주자들의 노선과 정책 대결도 내용보다는 겉포장이 요란하다. '진정한 진보' '담대한 진보' '따뜻한 진보' 등 온갖 진보 슬로건이 쏟아지지만 무슨 차이가 있는지 얼른 구별이 안 된다. 이기택 체제에서 보듯 1, 2부로 나누는 선출방식은 본질이 아니다. 제 1야당의 전당대회가 정체성과 당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얕은 정치적 계산만 판친다면 기대와 흥미를 가질 국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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