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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번에도 정치적 사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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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번에도 정치적 사면이다

입력
2010.08.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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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축일이 다가오면 사면 대상에 누가 포함될 것인지가 인구에 회자된다. 거물 정치인과 경제인들 중 포함되거나 제외되는 이들을 놓고 언론은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분주하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대해서도 언론은 며칠째 추측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 보면 대통령의 사면권은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군주국가에서 왕권이 절대적 권력이라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법치가 절대적 원칙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의 판단을 재고하는 대통령의 사면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어야 하며, 그 범위 역시 작을수록 좋다고 할 수 있다.

광복절 특사 기준, 납득 어려워

드물게는 대통령의 사면권이 사법적 판단에 의한 오류나 한계를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정치적 계산에 따라 사법적 판단을 뒤집는 것이다. 따라서 사면이 수시로 이뤄지고 일반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정권에서 이미 네 번의 사면이 있었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면의 범위가 정해지고 이에 따라 사면 대상자가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동안 특별사면 대상자들이 선정되는 과정을 보면 이미 특사 대상을 결정하고 나서 그 의미를 찾는 모양새가 많았고, 따라서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가 대다수였다.

이번 광복절 특사의 기준 역시 정치적이고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 동안 사면과 관련해서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현 대통령의 임기 내 비리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것과 친서민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사면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지난달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과의 모임에서 대통령은 정치적 이유의 사면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면 대상을 공정하게 선정할 것이라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현재까지 알려진 사면 대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그 원칙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번 사면에 노건평씨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화합 차원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노건평씨가 사면되는 것이 국민 화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와 닿지 않는다.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비리였는데, 역설적으로 이전 대통령의 측근이기 때문에 사면의 대상이 된 셈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말기에 측근비리 때문에 급격히 몰락했던 것을 본다면 측근 비리는 엄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경제인에 대한 사면에 어떠한 원칙이 적용되었는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막연히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는 식의 설명으로는 국민들의 의심에 찬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재벌 총수이기 때문에 사면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오히려 노블리스 오블리제 원칙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사회경제적 지도층일수록 사면 기회를 쉽게 얻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면을 했을 때 처벌보다 훨씬 큰 사회적 기여를 할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 뒷받침 돼야

사면의 정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은 사면 대상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지의 여부이다. 적절치 못한 사면의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포드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대통령을 사면한 것을 들 수 있다. 포드의 부적절한 사면은 결국 다음 대선에서 포드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이처럼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권한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우리정치에서 특별사면은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되며, 정치인들은 사면대상의 부당함이 있다 해도 금방 잊혀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사면도 예외 없이 정치적이며, 그 문제점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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