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서부를 휩쓸고 있는 산불로 인해 24년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체르노빌 원전누출’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10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체르노빌 사건 당시 유출돼 지금까지 잔존해 있던 방사능 물질이 이번 화재로 연기 속에 녹아 들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그린피스는 서부 브리얀스크의 방사능 오염지역 여러 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고 이날 밝혔다. 브리얀스크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방사능 유출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이다. 당시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여전히 토양과 나무, 풀 등에 잔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추프로프 러시아 그린피스 에너지정책 담당자는 “이 지역 산불은 의심할 여지없이 연기와 함께 방사능도 퍼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산림보호청 소속 공무원들도 이 지역 화재로 인해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연기가 인구밀집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피해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보건당국은 피해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NYT는 “러시아 보건당국은 폭염과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에 대해 철저히 축소 발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방사성 연기의 위험성도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달째 이어진 러시아 이상고온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5,000명에 이른다는 미국 인터넷 기상관측서비스 ‘웨더 언더그라운드’의 추산과 함께 일일 평균 사망자가 평소 2배에 이른다는 모스크바 시 보건국장의 발표도 있었지만 러시아 당국은 여전히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이날 모스크바 남부 도시 랴잔에서 소방용 항공기에 올라타 이 지역 산불 진화 작업을 두 차례나 지휘했다고 AP등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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