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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대家, 11년 만에 오일뱅크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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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대家, 11년 만에 오일뱅크 되찾다

입력
2010.08.1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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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2년 간의 법정 다툼 끝에 결국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오일뱅크는 11년만에 범현대가의 품으로 돌아왔고 현대중공업은 단숨에 재계 7위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11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달 오일뱅크 지분 인수와 관련한 소송에서 패소했던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가 최근 항소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이날 IPIC에 2조5,734억원의 주식대금을 주고 오일뱅크 주식 1억7,155만주를 인수했다. 이는 오일뱅크 주식 총수의 70%에 해당해 현대중공업은 모두 91%의 오일뱅크 지분을 갖는 최대주주가 됐다.

오일뱅크의 경영권이 IPIC에 넘어간 것은 1999년. 당시 계열분리 이전의 현대그룹은 외환위기로 자금사정이 악화하자 IPIC로부터 5억달러를 받고 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 지분의 50%를 매각했다. 양측은 상호 합의없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했고, IPIC가 2만 달러의 배당금을 받은 뒤에는 다른 주주들도 배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IPIC는 무단으로 지분 매각에 나섰고 배당금도 1억8,800만 달러만 받은 뒤 추가 수령을 거부했다.

현대중공업은 국제중재재판소(ICC)와 서울중앙지법에 IPIC의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고 두 기관은 모두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두 업체는 애초 “한쪽의 잘못이 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한쪽의 지분 전체를 적정가의 75%인 주당 1만5,000원에 넘긴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일뱅크 경영권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자산이 45조7,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돼 다른 기업들의 자산 변동이 없을 경우 GS그룹(43조840억원)을 제치고 재계순위 7위(공기업 제외)에 오르게 됐다. 이와 함께 정유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게 돼 태양광, 원자력 등 기존 에너지 사업과 함께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게 됐다. 또, 지난해 현대종합상사에 이어 오일뱅크까지 옛 현대그룹 계열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현대ㆍ기아차 그룹에 뒤지지 않는 범현대가의 또 하나의 축이라는 점도 과시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이날 당장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오일뱅크 신임 대표이사에 권오갑(사진)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한국외국어대 출신의 권 대표이사는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경영지원 총괄, 울산현대 호랑이 축구단 사장,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장 등을 역임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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