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경기 용인 동백지구로 이사를 갔다. 신문사 일로 일본에서 지낸 6년을 빼고는 40년 전 상경한 이래 서울을 떠나 살기는 처음이다. 서울 도심으로 출근해 낮 시간을 보내고, 밤에만 머무는 반쪽 지방민이지만 변화가 적잖다. 서울 도심과 경기 지역을 잇는 광역버스 신세를 지고, 도로 중앙의 버스 전용차로 정류장을 자주 이용하게 된 것도 한 예다. 도심의 중앙차로 정류장은 오래 서서 버티기 힘들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답답하고, 실제로 줄지은 버스와 노선 안내판이 공기흐름을 가로막아 금세 숨이 갑갑해진다.
■ 더위가 본격화하자 중앙차로 정류장은 더욱 몹쓸 곳이 됐다. 주행용 연료를 태우는 것만으로도 엔진이 뜨겁게 달아오른 버스들이 일제히 열기를 뿜어대는 데다 냉방을 위한 열 교환까지 더해져 더위 타는 사람들을 괴롭힌다. 대부분의 버스가 천연가스를 태우기에 망정이지, 옛날처럼 경유를 썼다가는 지독한 배기가스가 코와 허파를 괴롭히고 남았다. 더러 디젤버스가 들어와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면 저절로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리게 된다. 압축천연가스(CNG) 버스가 활발히 도입되지 않았다면, 버스 중앙차로제 자체가 환경 재앙일 뻔했다.
■ 2000년 서울에서 시험운행이 시작된 CNG 버스는 현재 서울 시내버스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도 그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도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표적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과 일산화탄소 등의 배출량이 경유의 10분의 1인 천연가스는 청정연료로서 각광을 받을 만했다. 차량 연료로는 가스상태로 압축하거나(CNG) 액체상태로 저장해(LNG) 쓰며, 각각 고강도 용기와 단열용기에 담는다. 경제성과 안전성에서 우열을 뚜렷이 가리기 어려워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 서울 행당동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를 계기로 CNG 버스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의 폭발사고가 재조명되고, 도입 당시 지적된 폭발 위험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천연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워 누출돼도 액화석유가스(LPG)처럼 바닥에 쌓이지 않고 공중으로 날아간다. 또 공기 중 '폭발범위'가 5~15%로 프로판(2.1~9.5%)이나 부탄(1.8~8.4%)보다 훨씬 높다. 상대적으로 높은 안전성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용기규격 개선 등 재발 방지책은 열심히 논의해야겠지만 CNG 버스 자체에 눈을 흘길 일은 아니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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