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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사회봉사단, 피지 나세임비투 마을서 3년째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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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사회봉사단, 피지 나세임비투 마을서 3년째 봉사활동

입력
2010.08.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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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마을 예쁘게 색칠 "하얀 꿈 그렸어요"

3일 오후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의 숲 속 오지 마을 '나세임비투(Naseibitu)'. 마을 중간에 위치한 '메이드 바이 코리아' 도서관의 더께 덮인 벽과 바닥 위에 수십 명의 마을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고려대 국제학부 2학년인 최지연(19)양이 자신의 코를 가리키자 5, 6세 꼬마들이 일제히 "코"를 외쳤다.

최양의 뿌듯한 표정도 잠시, 아이들은 목을 보고 "어깨"라고 말하고는 간드러지게 바닥을 굴렀다. 그래도 아이들은 대부분 또렷한 발음으로 한국어를 말했고, 이를 공책에 받아 적었다.

2008년 10월 발족한 고려대사회봉사단(KUSSO)이 해외봉사 첫 사업으로 시작한 고려대와 나세임비투 마을의 인연은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해 말엔 동네 공터에 도서관을 지어줬다.

지난달 29일 이혜원 고려대 의무교학처장을 단장으로 한 교직원, 학생 등 22명의 사회봉사단은 이곳에 세 번째로 둥지를 틀었다. 7일간 머물며 도서관 보수작업과 도서 및 컴퓨터 기증,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한 한글과 컴퓨터 교육 등을 진행했다.

올해 활동은 땀 흘리는 노동보다 문화교류에 방점을 찍었다. 나세임비투와 고려대의 관계를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집을 지어준다든가, 도로를 놓아주는 작업보다 컴퓨터 사용과 한글 교육, 양국의 전통이 함께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이혜원 단장은 "지난해 여름 해비타트(집 짓기) 운동으로 첫 연을 맺었는데, 올해는 한글 교육 등을 통해 피지 안에 또 하나의 한국을 만드는 기점이 됐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역시 높은 호응을 보였다. 함께 노는 것도 즐겁고, 새로 접한 한국의 문화가 신기했던지 마을 도서관은 연일 북새통이었다. 따이또(13)군은 연신 "비나까(고맙다는 뜻의 피지어) 코레아"를 입에 달고 다녔고, 일리아사(5)양은 봉사 학생들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등의 한국말을 시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물론 봉사에 육체 노동이 빠질 리 없다. 일단 사실상 방치됐던 도서관을 손봐야 했다. 도색 작업과 진입로 정비하기 등에 매일 오전 시간을 투자했다. 일견 간단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그간 페인트 붓 한 번 들어보지 못했던 학생들이기에 노동강도는 높았다. 조익준(26ㆍ화공생명공학과 2년)군은 "힘들죠. 그래도 뿌듯해요. 제가 만든 결과가 앞으로 계속 전해지는 것이니까요"라고 했다.

이번 봉사활동의 절정은 5일 저녁에 펼쳐졌다. 마을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준비한 작별 환송회는 한판 대동(大同)의 장이었다. 도서관 앞 공터에 마련된 무대 위에서 고려대 학생들은 전통과 현대의 한국을 시연했다. 대중가요 댄스(원더걸스 '텔미', 동반신기 '미라클'), 탈춤, 태권도 등 학생들이 펼친 한국의 음악과 몸짓 앞에 주민들은 "씨(좋다는 뜻의 피지어)"를 외치거나 흥겨운 엉덩이 춤으로 장단을 맞췄다. 아메나(30)씨는 "한국과 피지가 하나되는 순간"이라고 감탄했다.

일정을 마친 봉사단이 마을을 떠난 6일 오전. 도서관에서 마을입구로 통하는 길목에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멀찍이 앉아 떠나는 이들을 지켜보는 노인, "안녕히 가세요"라고 깍듯하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꼬마, 일일이 학생들과 악수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는 청년들. 이들을 보며 "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다"는 고려대 학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버스가 막 출발하기 직전, 마을 사람들이 작별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내용이다. 이혜원 단장은 "돌아가면 나세임비투와 고려대간의 인연을 어떤 식으로 계속해나갈지 고민하겠다"고 화답했다. 우선 지난해 말 이 마을로부터 기증받은 1만여평의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참이다.

나세임비투(피지)=글·사진 남상욱 기자 thoth@hk.co.kr

■ 피지의 오지마을 나세임비투

낭만의 휴양지 피지에서 전기도 물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 마을 '나세임비투'는 이색적인 곳이 아니다. 피지는 전체인구 4명 중 한 명이 절대 빈곤층일 정도로 가난한 국가로 난디(Nadi) 등 일부 휴양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마을은 대부분 정글 속 오지에 자리잡고 있다. 피지 HCM(health care ministerㆍ한국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의 25% 가량이 오지에 주거지를 두고 있다.

나세임비투는 난디 국제공항에서 수도인 수바(suva)로 간 뒤 섬 해안도로를 따라 7시간 정도 달리다 다시 북쪽으로 난 비포장 도로로 3시간 가까이 가야 닿는다. 마을 인구는 70가구 220여명이며 조그마한 세 개 공동체로 나눠져 있다. 마을 전체의 추장인 빨레살라(85)씨가 중심이 된 60여명, 그의 아들이 중심인 80여명, 기타 80여 명 등이다. 이들은 종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추장 공동체는 가톨릭, 나머지는 감리교 신자들이다.

주민들은 고구마 종류인 카사바, 카바 등의 농작물을 수바 지역에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카사바는 1㎏에 300 피지달러 정도로 교통비 등을 빼면 10% 가량이 수익. 대부분 이 돈으로 설탕 등을 산다.

한편 현재 피지 전체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84만 명, 원주민인 폴리네시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인도계가 40% 가량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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