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 해안포 발사]남측 합동훈련 종료일 맞춰 효과 극대화 노려금융제재·군사훈련 지속땐 추가 도발 가능성
북한이 마침내 군사 행동을 감행했다. 9일 서해상을 향해 130여발의 포탄을 쏘아 올린 북한의 해안포 사격은 예견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 양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에 맞서 줄곧 공언해 왔던 "물리적 대응 타격"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3월 말 천안함 침몰 사태 이후 처음이며, 1월말 서해 북방한계선(NLL) 상에서 실시된 북측의 해안포 사격도 6개월여만에 재연됐다.
그러나 이번 해안포 사격은 북한의 의도가 분명하고 도발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1월 북한의 포 사격은 남북간 뚜렷한 쟁점이 없는 상황에서 NLL 분쟁을 활용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깜짝 도발'의 성격이 강했다.
반면 북한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응 조치로 7월 말 동해상에서 열렸던 한미 연합훈련과 이날 끝난 우리 군의 서해 합동 해상기동훈련에 극도의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핵 억제력에 기초한 보복성전(聖戰) 개시"(7월24일 국방위원회 성명), "강력한 물리적 대응타격으로 진압할 것"(3일 북한군 전선서부지구사령부 통고문), "가장 위력한 전법과 타격수단으로 도발자들의 아성을 짓뭉개 놓을 것"(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보도) 등 군사적 보복 방침을 밝힌 것만 수차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우리 군의 훈련 종료일에 맞춰 포 사격을 감행한 사실만 봐도 남측의 군사 훈련에 대한 맞대응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림수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북측이 발사한 해안포 일부가 NLL 남측 경계선을 침범했다는 일각의 주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1월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NLL해상에 400여발의 포탄을 퍼부었지만 한 발도 NLL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 긴장 조성 이상의 대결은 원치 않는다는 북측의 속내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포탄이 NLL 이남으로 떨어졌다면 군사적 대치의 마지노선을 깬 것임과 동시에 향후 남측과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군사행동을 감행한 만큼 추가 도발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한미 양국은 8월과 10월에도 각각 연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훈련 등 일련 대북 압박 조치들을 계획하고 있다. 당장 10일 판문점에서 천안함 사건을 논의할 4차 대령급 실무회담도 북한의 해안포 사격 여파로 결렬될 가능성이 커졌다.
남북관계도 당분간 단절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정부가 8일 개각에서 북한이 끊임없이 경질을 요구한 외교안보 라인 장관들을 유임시키며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데다 이날 북한 경비정에 나포된 대승호 사건까지 겹치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포 사격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단계의 군사 조치"라며 "미국의 추가 금융제재나 한미 해상 훈련 등 대북 공세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 추가 핵실험 등을 통해 군사적 위협 강도를 차츰 높여갈 것"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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