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40대라는 것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40대라는 것

입력
2010.08.09 12:10
0 0

8ㆍ8개각으로 40대 총리가 나왔다 해서 화제다. 한국의 40대는 누구인가. 우리 현대사에는 세대를 지칭하는 몇몇 용어가 있다. 전후세대가 있었고 4ㆍ19세대, 유신세대, 386세대가 뒤를 이었다. 이후의 신세대는 88만원세대라는 서글픈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60년대생으로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를 가리키던 용어인 386세대가 2000년대 들어 486세대로 불렸으니, 그들이 바로 지금 한국의 40대와 일치한다.

일제도 6ㆍ25도 4ㆍ19도 그들은 직접 겪지는 않았다. 배고팠던 60년대에 성장기를 지나고 시커먼 교복에 갇혀 숨막혔던 70년대를 통과한 뒤, 80년대 꿈에 그리던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신군부에 저항하며 화염병과 최루탄 연기에 젊은 시절을 실어 보냈던 세대다. 90년대 사회에 나와 민주화로 숨통을 트는가 했지만 IMF사태로 인생의 쓴맛을 보고 ‘사오정’(45세 정년)에 떨고 있는 게 그들의 대략적인 초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0대라는 연령대를 어느 시절에나 등가의 40대로 비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1962년생으로 올해 48세인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1971년 45세의 나이에 총리가 됐던 JP 이후 39년 만에 등장한 40대 총리라고 하지만, 39년 전의 40대와 지금의 40대는 생물학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다. 통계를 보면 1971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62세, 2008년 현재의 기대수명은 80세, 18년이나 늘어났다. 1942년에는 45세, 1927년에는 33세였으니, 80여년 사이 우리는 무려 47년의 인생을 더 살고 있는 것이다. 2,500년 전에 70수를 누린 희귀한 장수노인이었던 공자가 나이 40을 ‘불혹’이라고, 세상사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고 했을 때와 21세기의 40대를 똑같이 볼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어쨌든 지금 40대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정중앙을 이루고 있다. 10대부터 80대까지가 워터파크에서 함께 물놀이를 하고, 햄버거집에서 옆자리에 앉아 웃고 떠드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40대는 그들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그런 위치 때문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세대이기도 하다. 40대 총리는 젊은이들로부터는 기대와 선망의 시선을, 50대 이상에게서는 젊음에 대한 질투 비슷한 감정과 세상살이의 경험 없음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동시에 받을 것이다. 특히 40대의 경륜이 그다지 미덥지 않은 세대들은 40대 총리의 결점이 발견되는 순간 “거 봐라, 그 나이에 무슨…” 하며 ‘군기’를 잡으려 들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념, 빈부, 지역에 따른 갈등 못지않게 폭발적인 갈등의 요인으로 잠복하고 있는 것이 세대 갈등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2년 전의 촛불집회는 일면 그 갈등의 표출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더구나 한국의 40대 곧 386세대는 이미, 그들의 윗세대가 주축인 보수층으로부터 주사파나 친북 혹은 좌파로 매도 당하며 한동안 정치사회적으로 타기의 대상이 됐던 세대이기도 하다.

요즘 총리 직 길어야 1년 안팎이다. 신선하다느니 파격이라느니 하는 반응은 잠깐이다. 40대 총리가 미래로 갈 다리를 놓는 진짜 우리 사회 40대의 노력과 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렇지 못하다면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운 또다른 정치적 마케팅의 얼굴마담, 희생양이 되고 말 것이 뻔하다. 총리 후보자 되자마자 ‘인턴 총리 뒤에 왕의 남자’ 운운하는 말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하종오 문화부장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