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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출 조장 사이트 감시하는 여성부 청소년보호과 김성벽·김태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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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출 조장 사이트 감시하는 여성부 청소년보호과 김성벽·김태동씨

입력
2010.08.0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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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 찾아요. 제조법도 좋아요” “가출 중인데 같이 사실 분 구해요” “같이 가출 하실 분 댓글 부탁해요” ….

6월 28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한 달 넘게, 하루에도 몇 건씩, 저런 글을 봐왔다고 했다. 청소년 자살ㆍ가출조장 유해 인터넷사이트를 점검해 온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과 김성벽(42) 과장과 김태동(38) 주무관은 “그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요. 내 아이 같고, 내 조카 같고…”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그들이 자살 동조, 동반 가출 등과 관련된 글을 조사해 A4용지로 출력해 놓은 것만 두께로 자그마치 30㎝에 달했다. 이들은 “우리가 한 달간 찾아낸 것만 20만여 건인데 최근 게재된 글부터 점검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내 자식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자살ㆍ가출사이트에서)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6개 포털 사이트 카페나 클럽 등에 올라온 자살ㆍ가출을 조장하는 글을 점검, 모두 262건(자살관련 169건, 가출 93건)의 유해정보를 찾아내 해당 포털사이트를 통해 삭제 및 블라인드(검색 또는 조회되지 않도록 접근 차단)조치를 취했다.

자살은 자살방법 제공(50%), 자살에 대한 긍정적 의견 등 자살동조행위(26%), 동반자살 요청(10%) 순이었으며 가출은 가출조장(57%), 만남 요청 등 가출동행(25%), 숙식제공 등 동거인 모집(6%) 관련 글이 많았다.

이들이 가장 애를 먹은 것은 자살 막으려는 내용과 방조하는 내용이 동시에 들어간 경우. 예를 들어 “얼마나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살은 막고 싶네요… (중략) …그래도 하고 싶으면 하세요”라는 식이다. “이런 글은 아리송해서 삭제하고 싶어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블라인드 처리만 하고 말지요.”

검색어 차단 및 클럽 폐쇄 조치를 피해가기 위해 ‘갓출’ ‘가청(가출 청소년의 약자)’ 등 용어의 변종들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것도 이들의 일을 더 힘들게 한다. 한 네티즌이 블로그에 청산가리 용어를 대신해 “가리 팝니다”라고 글을 올렸는데 핸드폰 번호, 이메일 주소와 함께 “연락주세요”라는 댓글 예닐곱 개가 주르륵 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김 과장은 “온라인 채팅으로도 자살과 가출이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상담원이 얘기를 나눠 가출 청소년들이 머무를 수 있는 청소년 쉼터를 알려주며 계도한다”면서도 “어른들인 경우 가입 제한을 걸어놔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푸념했다. 김 주무관도 “가출 청소년들에게 ‘숙식을 제공해주겠다’거나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접근해 성매매 등 2차 범죄에 휘말릴 소지도 많다”고 덧붙였다.

여성가족부는 5대 포털사이트와 핫라인을 구축해 유해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김 과장은 “공식문서 작성 등의 절차를 생략하는 핫라인을 통하면 삭제 또는 블라인드 처리 심의를 신속히 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연락 즉시 바로 삭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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