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조현오(55) 서울경찰청장이 9일 경찰위원회의 임명제청 전 동의를 받아 치안총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조 청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임명제청, 대통령의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경찰청장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현오식 성과주의’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서울 양천경찰서의 피의자 고문사건부터 조 청장의 퇴진을 요구한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의 하극상 파동 배경에 조 후보자의 성과주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휘책임자인 조 후보자의 지도력과 조직장악력에 대한 야권의 신랄한 추궁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경찰 비리 척결과 관련해서도, 조 후보자는 서울 북창동과 강남 일대 10여 곳의 룸살롱을 운영하는 업주와 경찰관 유착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호언했지만 구체적인 비리를 단 한 건도 밝혀내지 못했다. ‘봐주기 감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조 후보자는 이를 의식한 듯 “청문회를 준비하는 데 모든 심혈을 다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개인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는 갑작스럽게 경찰총수를 바꾼 배경에 대한 야당의 추궁도 신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경찰 수뇌부 교체가 현 정권의 임기 말 권력누수 방지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란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내년 3월까지인 2년 임기를 채울 경우 차기 경찰청장의 임기는 이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13년 3월까지 이어진다. 이럴 경우 임기 말 대선정국에서 차차기 경찰청장을 노리는 경찰 수뇌부의 정치권 줄대기에 정권의 경찰 장악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차차기 경찰청장까지 현 정권 임기 내에 임명하기 위해 강 청장을 조기 사퇴시켰다는 분석이다.
경찰 내 ‘영포라인’의 핵심인 이강덕 부산경찰청장(치안감)이 조만간 이뤄질 후속 인사에서 차차기 유력 포스트인 서울경찰청장으로 승진 기용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부산청장을 곧바로 서울경찰청장에 기용하는 것은 정권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이번에는 서울경찰청장에 윤재옥 경기경찰청장 등 선배를 기용하고 이 부산청장은 한발 떨어진 경기경찰청장 등 다른 자리에 승진시키는 방안도 예상되고 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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