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곳곳이 동시다발로 재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폭우가 집중된 중국, 파키스탄, 인도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수백만 명이 집을 잃고 구호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 이들 국가의 피해 지역은 공교롭게도 모두 몬순성 폭우의 영향권에 드는 비슷한 위도 대에 위치하고 있다.
아시아에 물 난리를 가져 온 이번 기상이변의 배경으론 7월 말 동태평양 해역에서 관측된 라니냐가 지목된다. 라니냐는 중ㆍ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인데, 부근 해역에 강한 대류 현상을 일으키면서 고온 다습한 공기를 북서태평양 지역으로 자꾸 밀어 올려 강한 비와 무더위를 유도한다.
산사태로 마을이 평지 돼
8일 중국 서북부 간쑤(甘肅)성 간난(甘南) 티베트족 자치주의 저우취(舟曲)현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127명 이상의 사망자와, 1,300여명의 실종자를 내며 마을 하나를 통째로 집어 삼켰다. 3,5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이곳은 산세가 험하고 도로가 좁아 중장비가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이 삽과 곡괭이로 흙더미를 파헤치는 상황이다. 4만4,000여명의 티베트인이 살고 있는 이곳 민심 단속을 위해 원자바오 총리가 급파돼 이재민을 위로하고 구조작업을 둘러보고 있으나 주민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7월 내내 홍수와 산사태로 몸살을 앓은 중국은 올해만 1,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600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400만명 당장 끼니 걱정할 판
1,600명 이상이 비 피해로 사망한 파키스탄도 7일 북부 길기트 발티스탄의 마을 두 곳이 산사태로 매몰돼 53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직간접 피해를 입은 사람만도 1,200만명이나 되고, 그 중 400만명은 당장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악조건에 처했다. 피해가 극심했던 북서변경주에서 시작된 홍수가 남쪽으로 확장되면서 농경지가 파괴돼 사태가 진정 되더라도 큰 후유증이 우려된다. 유엔은 전체 인구의 5분의 3이 거주하는 펀자브에도 홍수가 발생해 57만헥타르에 달하는 곡창지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아들과 딸을 동반하고 유럽 순방을 계속해 원성을 사고 있다.
7월 강수량 5년 내 최대
파키스탄과 맞닿은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주 라다크 지역의 희생자도 늘고 있다. 잠무 캬슈미르주 재난청은 외국인 6명을 포함해 최소 169명이 사망했고, 실종자도 600명이 넘는다고 9일 밝혔다. 레 지역에서 주요 고속도로가 유실되면서 한국인 관광객 100여명을 포함한 외국 관광객 3,000여명이 고립된 상태다. 일간 더힌두비지니스라인은 7월 한달 인도 강수량이 302mm로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북한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피해
아시아 내 다른 지역도 극심한 피해가 발생했다. 북한도 최근 내린 비로 1만4,850헥타르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5,500가구가 파손됐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도 6월 16일 이후 산발성 집중호우로 홍수가 빈발해 저지대가 침수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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