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개각에서 직접 드러나지 않은 특징 중 하나는 교체 여론이 비등했던 장수 장관들이 유임됐다는 점이다. 김태영 국방, 유명환 외교통상, 정종환 국토해양,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이 대표적 사례다.
천안함 사태 이후 사의를 공공연하게 밝혀온 김태영 국방장관은 다른 외교안보라인 장관들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9월 입각한 김 장관이 유임됨으로써 천안함 피격 사태로 물러나는 부처 장관은 한 명도 없게 됐다. 천안함 사태로 군 고위 인사들은 물러났지만 어떤 장관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된 셈이 됐다.
2008년 2월 조각 때 입각한 유명환 장관도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라 교체 대상으로 꼽혔으나 내각에 잔류하게 됐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11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준비 등을 감안해 업무 연속성을 중시했다"며 유 장관의 유임 배경을 설명했다. 유 장관의 경우 쇠고기 파동, 천정배 의원을 둘러싼 '국회 막말 파동'구설수, 젊은층의 지방선거 투표 행태 비난 발언 등을 전후해 교체설이 나돌았다.
두 장관의 유임에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도 작용한 듯하다. 유 장관의 경우 1998년 워싱턴 주미 대사관 공사로 재임할 당시 워싱턴에서 야인 생활을 하던 이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영 장관의 경우 수도방위사령관 시절(2004~2005) 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을 자주 만나면서 인연을 쌓았다.
정종환 장관의 경우 4대강 사업의 일관된 추진을 위해 유임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각 멤버인 정 장관은 4대강 사업을 강력히 추진해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3월부터 자리를 지켜온 이만의 환경부 장관의 유임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 장관의 경우 젊은 시절 사생활로 인한 친자확인 소송에 휘말려 구설수에 올랐었다.
교체 대상으로 지목됐던 여러 장관들의 유임은 국정의 연속성 측면에서 일과 성과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여론의 평가가 좋지 않았던 일부 장관의 허물을 모두 감싼 것은 국민과의 소통, 책임정치 등의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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