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수출을 하고 있는 중소 업체 A사는 최근 국내 모 은행으로부터 신용장 매입을 거절 당했다. 평소에는 요구하지 않던, 신용장 매입을 위한 '별도 계약'을 사전에 맺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A사 관계자는 그러나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7월 8일 이전에 개설된 신용장은 한시적으로 국내 은행이 매입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문제의 신용장은 4월초 이 은행이 개설해 준 것이었다"며 "그런데도 해당 은행은 평소와는 달리 이란 측과의 거래 문제를 이유로 원칙상 신용장 매입을 위한 별도계약이 없을 경우 안 된다는 입장을 갑자기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해도 대금을 받지 못하니 앞이 깜깜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이란과 거래하는 수출 기업의 상당수가 미국의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란과 거래 실적이 있는 수출 중소 기업 72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이 발효하면서 피해를 입은 업체가 56% 달했다. 심지어 수출 거래 자체가 중단됐다고 답한 업체도 31.5%나 됐다.
B회사는 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해 수억원 상당의 재고가 창고에 쌓여 있고, 합성수지를 만드는 C회사는 올해 4,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을 예상했지만 이란 제재 이후 3,000만 달러가 차질을 빚고 있다.
결제방식 별로 보면 신용장(L/C)을 활용하는 기업의 피해 발생률(59.7%)이 전신환(T/T) 같은 송금식 결제를 이용하는 업체(40.3%)에 비해 높았다.
중앙회 관계자는 "두바이 등 제 3국을 통해 거래 대금을 보내더라도 이란이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알면 대금 지급이 막히고 있다"며 "신용장을 쓰면 사실 확인이 용이해 더 신속히 거래 제한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해결책으로는 응답 기업의 36%가 수출보험 지원을 꼽았고, 긴급 경영자금 지원(18.9%), 이란 수출 거래 관련 교육(15%) 순이었다.
이란과 거래를 계속 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제 3국을 통한 우회수출(37.9%)이나 결제 방식 변경(34.5%)을 꼽은 기업이 많았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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