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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한옥학교 수업현장 가봤더니…한옥의 꿈 “우리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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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한옥학교 수업현장 가봤더니…한옥의 꿈 “우리 것이 좋아요”

입력
2010.08.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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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8시 30분께 경북 청도군 화양읍 범곡리 산 중턱에 위치한 청도한옥학교. 목수 양성 사관학교로 불리는 이 학교의 등교 시간이다. 37∼39기(기별 3개월 과정) 교육생 80여명은 기숙사인 붕도헌에서 나와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자하원에 옹기종기 모였다. 청바지에 러닝셔츠, 생활 한복 등 모두 편한 차림이다.

참선과 요가로 20여분 몸과 마음을 다스린 이들은 큰 목소리로 ‘대목장의 길’을 합창했다. 교가인 셈이다. ‘서른 시(세) 가지 연장망태 왼 어깨에 둘러미(메)고 팔도강산 지(기)운 받아 신명 내어 집을 질 제 에헤 지저미호. 이 땅의 도편수 몇 이던고. 우리는 대목장의 길을 간다.’

교과 수업은 오전 9시께 시작됐다. 초급 과정인 39기 학생들은 자하원에 남아 한옥 이론과 연장 다루는 법을 배웠다. 중급과 상급 과정인 38, 37기 학생들은 온고재와 지신재에서 서까래 등 부재를 다듬는 치목과 조립 등 실습 훈련을 하느라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이날 실습은 지붕에 쓸 추녀와 네모 반듯한 정자인 사모정을 짓는 작업이었다. 사모정은 졸업 작품이기도 했다. 구미시에서 목욕탕을 운영 중인 조정호(47)씨는 “2년 후 뉴질랜드로 날아가 교포들이 살 한옥을 직접 짓겠다”며 “뉴질랜드에 한옥마을을 지으면 현지 명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하루는 등교 시간 1시간 30분 전인 오전 6시께부터 시작된다. 기숙사에서 일어나 학생 식당인 향원익청에서 밥을 먹은 뒤 화장실인 인수각에서 볼 일을 보거나 정자인 여여정에서 차를 마신다. 건물들은 모두 아름다운 한옥이다.

교육생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이 학교는 국내 여러 한옥학교 중 이론 설계 시공 실무 등을 두루 익힐 수 있는 교육 과정으로 이름이 나있어 학생도 전국구다. 대부분 목수의 길을 걷기 위한 전업 희망자거나 한옥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간혹 손수 한옥을 지어 살고 싶은 자연주의자도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윤준철(37)씨는 10년간 아파트에 가구를 납품하다 한옥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이곳에 오게 됐다. 멋들어진 한옥마을을 만들어 보는 것이 꿈이다. 고향이 전남 순천시인 박영섭(41ㆍ서울 강서구)씨는 몇 년 전 부모 집을 콘크리트로 지어 준 게 못내 후회스러워 한옥에 도전했다.

경북 포항시에 사는 류재걸(54)씨는 우리 풍수에 맞는 한옥을 짓고 싶고, 경산시의 최정호(44)씨는 문화재 수리 기술사가 되고 싶다. 대구에 살다 귀농을 결심한 강명구(29)씨는 전업 목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배운 것을 당장 현장에 접목시키는 학동도 있다. 농사 때문에 매일 경남 김해시의 집에서 등ㆍ하교하는 손현제(53)씨는 중급 과정의 교육을 받으면서 한옥 찜질방을 짓고 있다. 모두 사연은 다르지만 한옥을 향한 꿈과 열정은 기대 이상이다.

청도한옥학교는 2003년 문을 연 뒤 지금까지 1,7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중 70%가 목수가 됐다. 6명의 교수진이 워낙 명성이 높아 수강생을 선별할 정도로 신청이 몰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직업능력개발계좌제 훈련기관으로 승인도 받았다. 평일에는 대목수와 소목수 과정만 운영되고, 주말에는 스스로 집짓기 과정, 학기 중에는 울산과학대 위탁교육이 실시된다.

변숙현(50) 교장은 “한옥학교가 장인 정신을 지닌 온 목수를 길러낼 수 있는 요람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마음을 쏟고 있다”며 “폐교된 청도 관하초등학교에 한옥 체험 학교를 짓고, 한옥을 통한 흙살림운동을 펼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청도=글ㆍ사진 이현주기자 ms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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