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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으능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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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으능의 가을

입력
2010.08.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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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섭

국립 박물관 뜰에 으능의 가을이 왔다

가야사 강좌를 듣는 중년의 여인들이

몇 장씩 책장을 넘기며 재우치는 가을이 왔다

닦아 금은 될 양이면 돌인들 못 닦으랴

번지는 녹물 속에 왕조는 이미 기울고

몇 조각 흙그릇으로는 다 못 담을 가을이 왔다

● 은행나무를 으능나무라고 부르는 고장이 있는 모양이네요. 으능나무가 무엇인가 찾아보다가 은행나무의 잎사귀가 오리 발가락을 닮아서 오리다리나무라고 부른다거나,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의 열매를 손자가 딴다고 해서 공손수(公孫樹)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지난 해 가을, 마음이 너무나 슬프던 시절 찾아가서 본 양평 용문사 1,100년 됐다는 은행나무를 심은 사람이 마의태자, 혹은 의상대사라는 것도요. 마의태자? 의상대사? 갑자기 이번 가을이 1,100년도 더 묵은 가을 같네요. 여러 왕조가 기운 바로 그 가을, 하지만 갓 구운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가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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