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컴백한다. 그룹 경영난의 책임을 지고 떠난 지 1년 만이다.
박 명예회장은 금호아시아나의 영광과 좌절, 한 복판에 서 있었다. 둘째 형인 고 박정구 회장이 타계하자 2002년 그룹 총수로 취임한 그는 과감한 투자유치를 통해 유동성 불안을 단숨에 씻어냈다. 이어 2004년 그룹 명칭을 금호에서 금호아시나로 바꾸면서 제2의 도약을 선언했고,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M&A 최강자로 부상하는 등 그룹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이끌었다.
그러나 M&A가 불행의 씨앗이 될 줄은 그도 몰랐다. 무리한 몸집불리기에 대한 시장의 싸늘한 시선,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받기 시작한 금호아시아나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공중분해 위기에까지 몰리게 됐다. 여기에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형제의 난'까지. 설상가상의 금호아시아나는 결국 워크아웃으로 들어갔고 박 명예회장은 그 책임을 지고 지난해 7월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그로부터 1년. 잊혀졌던 박 명예회장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는 지난 주 "새로운 모습으로 앞장서 뛰겠다. 기필코 다시 일어서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회사정상화를 진두 지휘하겠다는, 사실상의 경영복귀 선언이었다. 채권단도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과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위기돌파를 위해선 역시 오너가 와야 한다는 것. 그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왠지 꺼림칙한 이유는 불과 1년만의 약속번복이기 때문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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