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부자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설립자 빌 게이츠(55)는 시애틀의 부유한 은행가와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아들에게 큰 돈을 물려주지 않았다. 대신 아들의 역할모델이 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부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빌 게이츠가 성공한 뒤 그의 부모는 "빌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 주었다면 MS사를 세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MS 경영에서 손을 뗀 뒤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집안 전통에 따라 부인과 함께 '빌&멜린다' 재단을 만들어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 세계 두 번째 부자인 워런 버핏(81)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와 함께 미국의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자는 '기부서약(Giving Pledge)' 운동을 이끌고 있다. 6월에 캠페인을 시작한 두 사람이 '포브스 400' 리스트에 올라 있는 억만장자 중 80여명을 접촉한 결과 40명이 최소 1,500억달러(약 175조원)의 기부를 약속했다고 한다. 워런 버핏은 이미 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만일 미국 상위 400명의 억만장자가 재산의 50% 기부 서약에 동참하면 6,000억달러(약 700조원)가 된다.
■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베푼 선행은 사후에도 영원히 남으며, 재산이나 친구보다 더 소중하다." 에 나오는 말이다. 서구의 부유층은 사회가 기회를 줬기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만큼,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는 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게 옳다고 믿는다. 버핏 역시 자신을 '자궁 속 복권'에 당첨된 행운아라고 했다. 미국에서 백인 남성으로 태어나 시장경제 체제에 속한 행운이 부를 안겨주었으니, 가족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1%만 남기고 사회에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 미국 부자들의 기부 릴레이는 우리 부자들을 돌아보게 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 지도층의 기부활동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항목은 꼴찌였다. 한국 부자들은 정경유착 탈세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았으면서도, 저 혼자 잘난 덕으로 착각한다. 부의 편법 대물림에만 신경을 쓸 뿐, 사회 양극화에는 무관심하고 서민층 배려에도 인색하다. 버핏과 게이츠는 기부서약 운동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기 위해 올해 9월과 내년 3월 중국과 인도 부호들을 차례로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제발 한국 부자들도 만나주기 바란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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