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
과거 바둑은 으레 목제 바둑판에 오석이나 조개껍질로 만든 바둑알로 두는 것이었다. 얼마 전 국내서 억대 바둑판 소송이 벌어졌을 정도로 명품 바둑판과 바둑알은 바둑애호가들의 귀한 애장품이었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바둑을 즐기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집집마다 한두 개쯤 놓여있던 바둑판은 자취를 감췄고 골목마다 내걸린 기원 간판도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인터넷을 통해 바둑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주요 기전의 기보감상이나 바둑정보 열람도 주로 바둑TV나 인터넷바둑사이트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오프라인바둑에서 온라인바둑으로 진화한 것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개발되면서 바둑이 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휴대폰을 이용해 더욱 간단히 바둑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바둑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목제바둑판이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거쳐 드디어 휴대폰으로 한 번 더 진화한 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열렸던 KT배 오픈챔피언십 부산투어에서 처음으로 프로기사들이 휴대폰을 이용한 대국 시범을 보여 큰 관심을 끌었다.
이미 시중에는 테쯔키, 아이고윈, 스마트고 등 스마트폰에서 바둑을 즐길 수 있는 앱(애플리케이션)이 대여섯 가지나 나와 있다. 아직은 바둑앱 개발 초창기여서 대부분 인공지능대국과 기보보기, 사활문제풀이 등 기본적인 기능 위주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이 급속히 확대됨에 따라 머지 않아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능을 탑재한 바둑앱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인터넷바둑업체인 사이버오로에서도 이미 스마트폰용 바둑앱 개발에 착수, 오는 10월께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둑(BADUK)’이란 명칭으로 한중일에서 동시 보급될 새 바둑앱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돼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바둑팬들을 공략할 예정이다. ‘바둑’은 현재 운영중인 사이버오로 대국사이트에 모바일을 통해 접속하는 방식이어서 국내외 기전 대국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는 생중계 기능은 물론 실전 대국, 기보 감상, 묘수풀이, 채팅 등 인터넷바둑에서 가능한 모든 기능을 그대로 휴대폰을 통해 즐길 수 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의 화질이 엄청나게 좋아져 휴대폰에서도 바둑판 전체가 선명하게 보이고 화면 확대 기능까지 있어 부분적으로 복잡한 싸움이 벌어졌을 때 보다 편하게 수읽기를 할 수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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