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 지음 사계절 발행ㆍ144쪽ㆍ1만3,800원
등으로 이름을 알린 리얼리즘 만화가 최규석씨가 청소년 만화를 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우울한 현실을 자학 개그와 독설로 포장, 씁쓸한 웃음을 남기는 이 책은 사계절 출판사의 ‘1318 만화가 열전’ 시리즈 첫 작품이다.
배경은 한 미술학원 입시반. 재능은 타고났지만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이 불투명한 주인공 원빈(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40대 아저씨 얼굴을 하고 있다), 좋은 대학에 붙고도 입학금이 없어 재수생이 된 은수, 예쁜 얼굴 덕에 술집에서 높은 시급을 받으며 학비를 버는 은지, 부잣집 딸로 재능이 없음에도 명문대 진학을 강요당하는 지현. 이들은 연애조차 마음 편히 할 수 없고, 학원비로 번 돈을 부모의 빚 갚는 데 쓰기를 강요당하지만 그런 상황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화를 낼 대상도 불분명하다. 지현의 대학 합격에 “돈도 재능이야”라고 하는 원빈의 말은 이들의 무력함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원빈은 대학에 입학할까. 답은 만화 뒤에 실린 작가의 ‘작업 노트’에 있다. 그는 “어떤 고난을 마주해도 긍정의 힘으로 웃으며 일어나던 주인공이 마지막 고난 앞에서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야 마는, 마지막 울음에 방점이 찍힌 단편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제목처럼 ‘울기엔 좀 애매한’ 이 비극은 “아이가 세월만 흐르면 되는 게 어른이다. 어른도 별 힘이 없다”는 작가의 말대로, 어른들에게도 공감을 주기 충분하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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