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가 큰 시련에 처했다. 중동에서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중요한 원유 공급국인 이란과의 관계는 미국이 강력하게 제재 동참을 요구해오면서 적색등이 켜졌다. 유수한 해외 건설시장인 리비아는 국정원 직원의 '스파이 사건' 수습이 지연되면서 좀처럼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천안함 사건 등을 계기로 한층 강화된 한ㆍ미의 밀착이 반미정서가 강한 아랍ㆍ중동권 국가들과의 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 이란 제재는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른 것인 만큼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다만 원유 공급 등 정상적인 거래는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6월에 독자적인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제정한 미국이 요구하는 선은 그 이상이어서 문제다. 최근 방한했던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북한ㆍ이란 제재 조정관은 '유럽연합(EU) 수준의 제재'를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EU는 지난달 말 그가 다녀간 뒤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독자적 대이란 제재안을 내놓았고, 일본도 최근 그의 방문에 맞춰 독자적 금융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이런 추세에 비춰 우리 정부도 독자적인 이란제재 방안을 마련하라는 강한 압력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에 막대한 피해가 돌아가고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딜레마다. 정부는 가능한 한 전면에 나서지 않고 민간기업들이 자율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모호성으로 대처한다지만 얼마나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이란의 핵개발 야망으로 촉발된 사태에 정부가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처한 특수한 사정을 이해시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당국간 교섭을 통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던 리비아와의 갈등은 리비아측의 거액 요구설이 불거져 다시 혼미해졌다. 진상은 알 수 없지만 뭔가 단단히 꼬이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중동 외교에 밀어닥친 시련을 정부가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는지 국민들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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