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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별의별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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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별의별 상생

입력
2010.08.0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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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상생 저기도 상생, 가히 '상생 르네상스'다. 다 좋다. 그런데 하도 상생 상생 하니까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온다. 온갖 데에 다 상생을 가져다 붙이고, 그럴 필요까지 없는 것까지도 상생으로 해석하다 보니, 황당무개한 논리의 비약과 섣부른 기대가 난무한다.

# 최근 원ㆍ달러 환율은 가파른 하락세다. 1,200원대에서 보름 만에 1,160원선까지 내려왔다. 엄밀히 말하면 정부가 시장개입으로 1,200원을 사수하다가, 이제 하락을 용인하는 것인데 그러한 정책선회 배경을 놓고 시장에선 "상생 때문"이란 해석이 등장했다.

알다시피 지금의 상생드라이브 배경엔 대기업에 대한 얄미운 감정이 깔려 있다. 정부가 만들어 준 고환율 덕에 막대한 이익을 남겼으면서도, 중소기업에 나눠주지 않고 과실을 독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환율=대기업만 배 불리는 것'이란 명제가 만들어졌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환율을 내리는 것이 상생'이란 분석까지 나온 상태다.

비약도 이런 비약은 없다. 환율이 떨어졌을 때 고통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훨씬 심하다.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90%이상이 중소기업인 탓이다. 이를 잘 아는 정부가 설마 상생구현을 위해 원화절상을 유도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워낙 상생과잉의 시대이다 보니, '상생환율'이란 황당 논리가 먹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 8월 기준금리를 정할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개최된다. 7월에 이어 또 금리를 올릴지 아니면 한 템포 쉬고 갈지, 시장의 관측도 팽팽하다. 그런데 동결을 예상하는 일각에서 제시하는 근거 중 하나가 상생이다. 정부가 친서민, 친중소기업 정책을 펴는데 금통위가 어떻게 금리를 올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세상에 서민과 중소기업 때문에 혹은 대통령이 캐피탈사의 고금리문제를 지적했다고 해서, 올려야 할 금리를 그냥 둘 금통위원이 과연 있을까. 글로벌 더블딥이 걱정되어서, 아니면 두달 연속 인상이 부담스러워서라면 모를까 상생 드라이브에 동참키 위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추호도 없다고 본다. 그래도 '상생금리'설이 수그러들지 않는 걸 보면, 역시 상생의 홍수임에 틀림없다.

# 8ㆍ15 특별사면에는 기업인들이 별로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 "상생 탓"이란 소리가 들린다. 중소기업을 옥죄는 대기업들을 야단치는 마당에 전 재벌총수나 기업인들에게 어떻게 면죄부를 주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면권은 상생이냐 독식이냐를 떠나, 원래 자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생 탓을 하는 쪽도 있지만, 거꾸로 상생 덕을 보려는 쪽도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좀 사면해줬으면 한다" "친서민 기조에 맞게 생계형 범죄자는 사면해줘야 한다" "작년엔 생계형은 음주운전자까지 사면해줬는데…" 등등. 정말로 설득력도 염치도 없는 무임승차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시장원리 위에 상생원리가 있는 것 같다. 헌법 위에 정서법, 정서법 위에 상생법이 있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결코 상생 못한다. 상생의 적, 그것은 대기업도 부자도 아니라 과잉된 상생, 남용된 상생 그 자체다.

이성철 경제부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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