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개념을 '사는(buy) 것'에서 '사는(live) 곳'으로 바꿔야만, 투기도 사라지고 집값도 안정될 것이란 얘기는 오래된 명제다. 사실 집주인으로부터 2년에 한번씩 '나가달라' 혹은 '보증금 올려달라'는 시달림만 받지 않는다면, 집을 사지 않고 기꺼이 전세 살겠다는 사람도 꽤 있다. 이런 맥락에서 도입된 것이 바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었다.
4일 서울시가 이 시프트에 입주할 수 있는 사람들의 소득자격을 강화했다. 전용면적 60㎡ 초과 시프트의 경우 그 동안 별도 소득제한이 없어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까지 입주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서울시는 이번에 60㎡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신청제한을 두기로 한 것이다.
예컨대 ▦60~85㎡는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150% ▦85㎡ 초과는 180% 이내인 경우에 한해 시프트에 청약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는데, 4인 가구 기준으로 보면 각각 연 소득 7,620만원과 9,132만원이 상한이다. 소득제한은 생겼지만 여전히 억대 연봉에 육박하는 고소득자들이 중대형 시프트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보기에 따라선 '억대연봉자의 전세살이'가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다. 돈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고 임대아파트에 살겠다니, 오히려 박수 보낼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시프트는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공전세다. 공공이 제공하는 아파트는 중ㆍ저소득층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 민간이 아닌 공공부문은 적어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이나 전세집 마련이 가능한 고소득층까지 시 재정을 투입해 공급하는 전세주택의 혜택을 줘야 할 필요는 없다. 중ㆍ저소득층에 충분히 공급하고도 남는다면야 모를까.
주거의 개념을 바꾸는 것(사는 것→사는 곳)도 중요하다. 하지만 공공성을 지닌 시프트는 중ㆍ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배려가 더 중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전태훤 경제부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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