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관 추방사건으로 촉발된 한국과 리비아간 외교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양국 당국간 외교적 교섭으로 사태가 진정되는 듯 했지만 리비아가 사건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에 대가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발단은 리비아 현지 언론 보도에서 비롯됐다. 리비아 영자지 ‘트리폴리 포스트’는 3일 “리비아가 한국 정부에 ‘모종의 요구’를 했고, 이 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곧 이어 국내 일부 언론들은 리비아가 제시한 ‘모종의 요구’를 10억 달러의 금전적 보상, 혹은 이에 상응하는 토목공사라며 구체적인 정황까지 언급했다.
일단 외교 당국은 이런 설들을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일축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리비아는 자존심이 상당히 강한 나라”라며 “협상 초기 과정에서 과격 발언을 했을 수는 있지만 돈을 대가로 외교 문제를 흥정했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리비아와의 외교 갈등은 대통령 특사 파견을 계기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외교가에서는 리비아의 천문학적 보상 요구를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6월 스파이 행위 논란이 불거진 직후 특사 및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며 사태 해결에 공을 들였지만 리비아측은 여전히 의구심을 풀지 않고 있다. 또 때맞춰 터진 한국인 선교사 구금 사태에도 진전이 없는 등 양국간 외교 마찰이 해소되는 뚜렷한 징후를 찾아 볼 수 없다. 한 외교소식통은 “정부가 리비아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요구 자체가 있다는 것이 사태 수습이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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