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백화점은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갑'이다. 백화점의 중소 납품ㆍ입점 업체들에 대한 각종 불공정행위가 잦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압박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세지자, 수년 전부터는 백화점 업계 스스로 '윤리경영'실천을 다짐해왔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기획시리즈 '백화점엔 상생이 없다'(8월2~4일자)는 여전한 백화점 횡포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중소 납품ㆍ입점 업체들이 호소하는 백화점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일방적인 판매수수료 인상, 특판행사 참여 및 판촉비용 부담 강요, 부당한 단가 인하, 타 백화점과의 거래 제한, 상품권 구입 및 매장위치 변경 강요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백화점이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과 물량을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마이너스 수익이 뻔한 제품도 생산한다." "대형 백화점들이 상생협력을 얘기하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온다."
특히 심각한 게 과도한 판매수수료율이다. 한국유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의류제품을 기준으로 대형 백화점 3사의 판매수수료율은 35~38%나 된다. 10만 원짜리 옷 한 벌을 팔면 백화점이 4만원 가까이 가져가는 셈이다. 이 정도 수수료를 떼어주고 이윤을 남기려니, 결국 소비자에게서 폭리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 해외 명품과 국내 브랜드에 대한 차별적 수수료 적용, 들쭉날쭉한 수수료율 인상 시기도 문제다. 입점 업체들은 "사실상 백화점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공정위는 한국일보의 보도에 대해 "현재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엄정 처벌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백화점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 때마다 정부가 엄벌 의지를 밝힌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횡포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것은 백화점 업계의 불공정행위를 오랫동안 시정명령ㆍ과징금 등의 실효성 없는 솜방망이 조치로 가볍게 다뤄온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영세업체들을 '봉' 취급하며 배만 불리는 대형 백화점 업계의 횡포를 근본적으로 뿌리뽑을 고강도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