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당뇨병을 앓아온 유모(53)씨는 오른쪽 시력이 나빠졌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실명 위기를 맞아 수술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눈 속에 피가 나는 유리체 출혈과, 망막이 떨어지는 망막박리까지 있어 수술이 쉽지 않을 거라는 말에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국소마취로 시행하는 ‘무봉합 유리체 절제술’이라는 최신 수술을 받은 뒤 시력이 0.6까지 회복됐다. 이제는 눈이 아프지도 않고 심한 이물감도 없어 생활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
#김모(53)씨는 1995년 당뇨병 진단을 받고 꾸준히 약을 먹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생긴 발의 괴사가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가 “더 퍼지기 전에 발을 잘라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낙심했다. 그런데 다행히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에서 발을 자르지 않는 재건 성형수술을 받고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당뇨병성 망막증, 무봉합 망막수술 효과적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조절하지 못하면 당뇨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박중열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 소장은 “당뇨합병증은 심장과 콩팥, 눈, 발 등 다른 장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므로 사전 예방과 꾸준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흔한 당뇨합병증은 당뇨병성 망막증이다. 당뇨병성 망막증이란 당뇨병으로 인해 망막 내 작은 혈관이 손상되는 병으로,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이다. 망막 혈관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천형(天刑)’으로 불릴 정도로 심각하다. 당뇨병을 앓은 지 5년 뒤에는 25%, 15년 뒤에는 80%의 환자에서 당뇨병성 망막증이 생긴다. 윤영희 안과 교수는 “우리 병원에서만 매년 6,000명의 당뇨망막병증 환자가 진료를 받으며, 매달 70명 가량의 새로운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이 질환을 치료하려면 전신마취로 수술을 해야 했고, 수술한 뒤에도 회복이 힘들었다. 그러나 2003년 서울아산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무봉합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하면서 수술 성공률과 환자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무봉합 유리체 절제술은 정교한 수술 도구로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는 수술법이다. 안구의 공막 부위에 공막창 3개를 만든 뒤 이 구멍을 통해 유리체 절제 침, 눈 속 조명기구, 눈 속 레이저 침 등을 번갈아 넣어, 현미경을 보면서 출혈과 병변이 있는 유리체를 제거하고 망막을 다시 붙인다.
기존 유리체 절제술을 하려면 지름 1.15㎜에 달하는 큰 공막창을 내야 했다. 하지만 무봉합 유리체 절제술은 그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지름 0.5㎜의 공막창을 내고, 그에 맞게 제작된 최신형 수술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덕분에 눈 내부 조직 손상이 크게 줄어, 수술 후 부종이나 통증이 매우 적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지난 7년 동안 이 방법으로 매년 300~400건의 수술을 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700여건을 시행했다.
윤 교수는 “무봉합 유리체 절제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이미 다른 합병증 등으로 전신마취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국소마취를 통해 결막을 잘라내지 않고 공막창과 결막부위를 봉합할 필요도 없이 1시간 이내 수술을 끝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수술 후 회복이 빨라 환자가 혈당 조절을 위한 운동을 빨리 시작할 수 있고 몇 주 내로 일상생활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게 이 수술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당뇨발, 미세수술로 절단 않고 재건 가능
당뇨병에 걸리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감각이 무뎌지며, 세균감염이 잘 돼 발에도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상처가 생겨도 신경이 손상돼 잘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조직 내 염증 반응이 떨어져 발에 가벼운 상처가 나도 궤양과 괴사 등이 일어난다. 이처럼 발에 생기는 당뇨합병증을 ‘당뇨병성 족부병변(당뇨발)’이라고 한다.
당뇨발로 인해 발이 썩으면 초기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EGF) 치료제나 고압산소치료, 혈관확장제 등을 이용해 새살이 돋게 하고 죽은 혈관을 새로 만드는 보존적 치료를 한다. 하지만 이런 보존적 치료는 한계가 있어, 결국 발을 자르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허벅지살을 떼내 심하게 괴사된 발에 붙이는 미세성형수술이 도입돼 당뇨병 환자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수술을 받으면 발을 잘라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이고 걷는 데에도 별 지장이 없다.
이 수술법은 2000년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시행됐다. 발바닥이 썩어 발을 잘라야 하는 당뇨발 환자의 허벅지에서 떼낸 피부와 살, 혈관 등을 죽은 발바닥 부위에 통째로 붙이는 것이다. 물론 아무나 이 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홍준표 성형외과 교수는 “발바닥에 연결된 두 가닥의 혈관 중 적어도 한 가닥은 남아 있어야 이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며 “괴사 범위가 너무 넓거나, 혈관이 완전히 막혔다면 어쩔 수 없이 발을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성공률도 높은 편이다. 홍 교수는 “지금까지 200여건의 수술을 시행해 95%의 치료 성공률을 나타냈다”며 “수술 받은 환자 대부분 재활치료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괴사 부위가 작아도 절단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발가락에만 괴사가 생겼다면 걷는 데 지장이 없으므로 잘라내는 게 오히려 효과적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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