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앞바다에 침몰한 고려 선박에서 꿀단지로 쓰였던 고려시대 청자매병(靑磁梅甁)이 발굴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부터 수중 조사를 벌이고 있는 고려 침몰선인 마도 2호선에서 청자매병 2점을 비롯해 각종 도자기와 곡물, 목ㆍ죽제품 등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높이 39㎝인 청자매병 2점은 뱃머리 오른쪽에서 아래위로 겹쳐진 상태로 발견됐다. 한 점은 마름모형 꽃 모양의 틀 안에 버드나무 갈대 대나무 모란 국화 등을 새겨넣은 상감청자매병, 다른 한 점은 구름과 연꽃 문양으로 장식한 음각(陰刻) 매병이다.
청자매병 아가리 부분에서는 매병의 용도를 기록한 대나무 화물표인 죽찰(竹札)이 발견됐다. 죽찰 앞면에는 ‘중방도장교오문부(重房都將校吳文富)’, 뒷면에는 ‘택상정밀성준봉(宅上精密盛樽封)’이라 적혀 있었다. ‘개경의 중방(고려 무인의 최고 의결기관) 소속 도장교(정8품 이하 하급무관)인 오문부라는 사람 앞으로 올린 꿀단지’라는 의미다.
이 기록을 통해 매병에 꿀이 담겨 있었다는 것, 또 아가리가 좁고 어깨는 넓으며 밑이 홀쭉하게 생긴 병 모양의 청자를 가리키는 ‘매병’이 고려 때는 ‘준(樽)’ 또는 ‘성준(盛樽)’으로 불렸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연구소 측은 “술이나 물을 담는 그릇으로만 알려졌던 매병이 꿀 같은 식재료의 보관ㆍ운반에도 사용됐음을 입증하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마도 2호선에서는 이밖에도 10개씩 두 묶음으로 포장된 청자 잔을 비롯해 뱃사람들이 사용한 청동 숟가락, 도기 항아리 등과 함께 쌀 콩 등의 곡물, 물품 수신자 등을 기록한 목간(木簡)도 30여 점 발굴됐다. 목간 판독을 진행 중인 연구소는 “마도 2호선은 전남 영광군에 있던 포구인 법성포의 부용창이나 전북 부안군의 줄포에 있던 안흥창 중 한 곳에서 출항했다가 난파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해 조사한 마도 1호선과 마찬가지로 세곡 운반선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에 발굴된 청자매병은 매병의 새로운 용도와 고려 때 이름을 확인시키고 고려청자의 편년 기준까지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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