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이병헌 주연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감독 김지운)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으로 제때 개봉을 못할 위기에 처했다. 스타 배우와 감독이 만든 상업영화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기는 처음이다.
영등위는 4일 “시신의 일부를 바구니에 던지는 장면, 인육을 먹는 장면, 절단된 신체를 냉장고에 넣는 장면 등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히 훼손한다고 판단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등위는 지난달 27일 첫 심의에서도 제한상영가 판정을 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전문 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고 광고와 비디오 출시도 금지된다. 현재 국내에는 제한상영관이 한 곳도 없어, 제한상영가 판정은 사실상 개봉 불가 판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제작사인 페퍼민트컴퍼니 김현우 대표는 “이 영화는 피해자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복수극의 형태를 띠고 있어, 관객이 같은 감정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복수 과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며 “영화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재편집해 재심의를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악마를 보았다’는 총 제작비 70억원의 메이저 상업영화로 11일 개봉 예정이었다.
영등위의 이번 결정으로 제한상영가를 둘러싼 묵은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천국의 전쟁’(2004) 등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들도 제한상영가 판정으로 개봉을 못해 법정 다툼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폭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최근 한국영화의 하드보일드화 경향도 영화계의 새로운 논란 거리가 될 듯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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