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정당, 하나의 정당’이라는 의미의 한나라당. 당명에 담긴 깊은 뜻은 진작에 빛이 바랬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사납게 싸우면서 ‘두나라당’이 되더니, 최근 친이계 내부에서 권력 투쟁이 벌어진 뒤로 ‘세나라당’이 됐기 때문이다.
급기야 최근에는‘봉숭아학당’이란 비아냥까지 들어야 할 판이다. 7ㆍ14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새 지도부가 티격태격하느라 1기 당직 인선 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상수 대표는 자신이 구상한 지명직 최고위원과 대변인 등의 당직 인선안을 꺼내 놓았다. 지도부 내 사전 물밑 조율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예상대로 다른 최고위원들과 당직자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누구는 계파 대표성이 떨어지고, 누구는 특정 의원과 너무 가까워서 안 된다”, “누구는 모 당직자와 앙숙이라 곤란하다”, “누구는 전당대회 때 특정후보를 도왔기 때문에 안 된다” 계파갈등에다 지도부들의 개인적 이해가 보태진 유치한 언쟁은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됐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3일 “너도나도‘내가 미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목소리를 높였을 뿐 양보와 타협을 제안하는 참석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대표 경선 때는 하나같이“내가 당선되면 당 화합의 선봉이 되겠다”고했던 최고위원들이지만 자기 이해 앞에 화합은 뒷전이었다.
당 지도부는 3일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지명직 최고위원직 2석을 당분간 공석으로 비워두기로 했다. 한 당 관계자는 “언제 임명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계파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지도부들간의 개인 이해로 불화하는 집권 여당 한나라당의 슬픈 현 주소다.
정치부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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