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smart)한 행정부를 만들어주길 부탁 드립니다.”
공식 사의를 밝힌 정운찬 국무총리가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장관들에게 한 당부다. 10일 전후로 개각이 예상되는 만큼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인지 정 총리는 지난 10개월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거침없이 내놓았다.
정 총리는 먼저 “공무원 개개인은 열심히 일하지만 정부 조직이 100% 스마트하게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행정 혁신을 주문했다. 최근 전북도교육감의 자율고 취소에 대해서도 정 총리는 “법과 제도에 정한 예측가능성, 신뢰성 등을 준수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국책연구소와 행정각부간 소통 강화, 과학기술 전문인력 의견 수렴 등도 주문했다.
정 총리는 아울러 “과도한 업무에도 휴일까지 반납하며 야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볼 때 이렇게 일하면 가정생활은 어떻게 유지하나 싶어 깜짝 놀랐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한 국무위원이 “휴가로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묻자 정 총리는 “아마 장기 휴가를 갈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정 총리는 이어 총리실 실무관급 여직원 40여명과 정부중앙청사 구내식당에서 ‘작별 오찬’을 함께 하며 “여러분이 도와줘서 (용산 문제 해결 등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만들 때 여직원들이 밤 늦게 일하느라 동상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여직원들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에 준비했다”며 정 총리에게 고래 그림이 그려진 넥타이를 선물했다.
여직원들이 향후 계획을 묻자 정 총리는 “야구장에 제일 먼저 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꿈”이라고 말할 정도로 소문난 야구광이다.
앞서 정 총리는 운전원들(지난달 29일), 공관직원 및 경호원(30일)과도 점심을 하는 등 음지에서 일한 직원 챙기기로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김창영 총리실 공보실장은 “정 총리는 남은 임기 동안 미진했던 약속 지키기와 더불어 평소 신세를 졌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