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18)양은 고교 2학년때 여자친구 6명과 남자 선배의 자취방에 놀러갔`다가 선배의 친구 7명한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A양을 포함해 3명이 임신을 했다. 다른 여학생들은 임신 초기에 낙태를 했으나, A양은 7개월째가 돼서야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시기적으로 인공유산이 힘들어 출산을 택했다. 학교를 자퇴한 A양은 아이를 입양시키고 복학할 생각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 실업계 고교를 다니다가 자퇴한 뒤 인문계고로 복학한 B(18)양.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가출한 뒤 남자친구와 동거를 했다. 남자친구가 아이를 원해 임신을 했지만 함께 낳아 키우자던 남자친구는 임신 9개월쯤부터 무관심해지더니 아예 연락을 끊었다. 부모가 이혼한 상태라 아이 맡길 곳이 없는 B양은 양육비를 벌기 위해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고교를 마쳐 최소한의 학력을 갖추고 싶지만 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학업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학생 미혼모들은 학업에 대한 의지가 있어도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전반의 인식과 경제적인 이유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제석봉 교수팀에 의뢰해 3일 공개한 ‘학생 미혼모 실태 조사 연구’에 따르면 학생 미혼모의 84.8%가 학업 중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의 학생 미혼모 실태 조사는 처음이다.
전국 35개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하는 학생 미혼모 73명 가운데 실업계고 중퇴가 25명(34.2%), 중학교 중퇴 13명(17.8%), 인문계고 중퇴10명(13.7%) 등으로 대부분의 학생 미혼모가 휴학 또는 중퇴 등으로 학업을 그만뒀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1,000여명의 학생 미혼모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적어도 한해 800명 이상의 학생 미혼모가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학생 미혼모들의 교육 욕구는 높았다. 학업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는 응답자가 28.8%, 매우 강하다는 응답자가 20.1%로 전체의 3분의2 이상이 학업의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임신 사실을 학교에서 알았을 때 ‘출산 후 복학을 권유했다’는 응답이 31.8%였고, 자퇴 권유 13.6%, 휴학 권유 9.1% 등이었다. 상당수 학생 미혼모들이 학업 중단을 권유받고 있다는 얘기다.
학생 미혼모에 대한 인식 역시 매우 부정적이었다. 응답 교사 747명 가운데 51.2%는 ‘가벼운 징계라도 내려야 한다’고 답했고, 19.4%는 ‘정학ㆍ퇴학 등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생의 임신을 징계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은 셈이다.
제 교수는 “학생이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가 자퇴나 전학 등을 권유하는 것은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한 휴학이 필요할 때 병가 등으로 처리해 복학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설과 인력을 갖춘 미혼모 시설을 대안교육 기관으로 지정해 현직 교사나 기간제 교사를 파견, 학력을 취득하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게 제 교수 제안이다.
교과부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학생 미혼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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