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어린 두 자녀를 혼자 키우던 23세 여자가 원룸에 아이들을 가둬 방치한 뒤 한달 넘게 집을 비워 숨지게 한 사건으로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에서 불안과 공포, 허기와 갈증을 못 이겨 "엄마"를 찾던 아이들의 비명을 들은 주민이 아동상담센터에 신고했지만 직원은 5차례나 방문하고도 초인종에 응답이 없다고 그냥 돌아가 버렸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인 선진국 일본의 허술한 아동보호대책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일본 오사카(大阪)부 경찰은 지난달 30일 오사카시 니시(西)구 미나미호리에(南堀江)의 원룸 주거에서 3세 여자아이와 1세 남자아이의 사체를 발견, 아이들의 엄마인 시모무라 사나에(下村早苗)를 사체유기혐의로 체포했다.
조사 결과 시모무라는 도쿄(東京)에서 고교 졸업 후 고향인 미에(三重)현으로 돌아와 2006년 결혼, 이듬해 딸 사쿠라코(櫻子)를, 2008년 아들 가에데(楓)를 낳았다. 시댁 근처에서 살며 아이를 키우던 시모무라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혼한 뒤부터다.
친권을 가진 시모무라는 양육ㆍ생활비를 벌기 위해 탁아소가 있는 나고야(名古屋)의 음식점에서 일했고, 올해 1월 오사카시로 옮겨와 성매매업소에 나가기 시작했다. 업소가 제공한 원룸에 살게 된 시모무라는 이때부터 아이들에게 밥 주거나 씻기는 것조차 싫어졌다. 호스트클럽에도 출입, 아이들을 두고 외박하는 날도 많아졌다.
3월 말 이 주택의 주민이 비명 지르듯 엄마를 찾는 아이들이 있다며 '학대 핫라인'에 신고, 오사카시 아동상담센터 직원이 다음 날부터 매일 3차례 방문했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4월에도, 5월에도 같은 주민이 또 신고했음에도 방문한 직원은 연락을 바란다는 통지서만 남기고 돌아갔다. 아동학대방지법에 따른 강제조사를 위해선 거주자와 아이들의 이름이 확인돼야 하지만 시모무라는 주민등록 신고를 하지 않았고 원룸 관리회사도 세입자가 누군지 몰랐다.
6월 현관문에 테이프를 붙이고 집을 나왔던 시모무라는 "내 시간을 갖고 싶었고 육아가 힘들어 도망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친구집을 돌며 월드컵 응원도 했고 해수욕도 다녀왔다. 한달 여 뒤 경찰은 허기와 갈증, 더위를 이기지 못해 벗은 몸으로 서로 의지하듯 누워 숨져 있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 부검 결과 아이들의 위와 장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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