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이제 ‘겨우’ 50세. 나는 아직 달릴 수 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과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티켓 획득이 당면과제다.”
원조‘흑진주’멀린 오티(50ㆍ슬로베니아)가 2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20회 유럽육상선수권대회에서 최고령 출전기록을 갈아치우며 내뱉은 일성이다. 오티는 이날 여자 400m 계주에서 슬로베니아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슬로베니아는 44초30으로 비록 예선 탈락했지만 오티는 프랑스 마라토너 니콜 브라크뷔시 르베크가 47세 때 세운 이 대회 최고령 출전 기록을 새로 썼다. 오티는 골인 후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은퇴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 트랙을 계속 지키겠다”고 말했다.
오티의 메달레이스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여자 200m에서 시작됐다. 당시 20세였던 오티는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그가 딴 메달은 영어를 쓰는 카리브해 국가에서 획득한 첫 올림픽 메달이었고, 그는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이후 오티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메이저대회서만 29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하지만 오티는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오티는 모두 7차례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3개의 은메달과 6개의 동메달만 건졌을 뿐이다. 오티의 이름 앞에는 그래서 으레 ‘비운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가장 ‘극적인 비운’은 96년 애틀랜타올림픽 100m 레이스였다. 오티는 게일 데버(미국)와 10초94로 나란히 골인했으나 사진판독결과‘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은메달에 그쳤다. 대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주 종목 200m에서 4차례 우승하는 등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8개를 수확했다.
자메이카 출신이지만 98년 슬로베니아 대표팀 코치로 자리를 옮긴 오티는 2002년 슬로베니아로 아예 국적을 바꿨다. 오티가 만약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따낸다면 무려 32년간 8차례 올림픽에 나선 선수가 된다. 오티는 특히 2008 베이징올림픽 100m에서는 0.028초가 모자라 출전권을 얻지 못했지만 이미 7차례 올림픽을 뛰어 육상 선수 중 최다 올림픽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티의 100m 최고기록은 96년 작성한 10초74. 1993년 200m에서 작성한 21초87은 아직도 실내육상선수권대회 세계최고기록으로 남아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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