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측이 2일 서울시가 재정투융자기금을 편법으로 일반회계로 전용했다고 주장하자 시가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즉각 반박하는 등 재정 문제를 둘러싸고 시와 시의회가 격돌했다.
시의회 김명수(구로) 운영위원장과 박진형(강북) 시의원 등 민주당 측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가 올해 6월 말 재정투융자기금을 일반회계로 전용하는 조례를 개정하면서 당일 7,000억원을 전용했으나 조례 효력 발생일은 공포일인 7월 15일이라 명백한 불법”이라며 “시 재정이 얼마나 고갈되고 급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고 공개했다.
김 위원장 등은 “이 과정에서 시가 SH공사에 상환 기일도 되지 않은 융자금 3,000억원을 갚도록 종용하면서 재정투융자기금을 상환했고, 다시 불법으로 시에 전입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시가 도시기반시설 등 대규모 사업을 위해 설치한 재정투융자기금을 일반회계로 전용하는 바람에 2008년 말 5,045억원이던 기금액이 올해 6월말엔 122억원으로 줄었다.
민주당 측은 SH공사의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실정도 공개했다. SH공사는 작년 말 부채가 16조3,455억원에 달하고, 2006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이자로만 1조6,616억원을 지출했다. 김 위원장은 “이달 중 방만한 사업 재검토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시와 SH공사에 대한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금을 일반회계로 전용한 것은 불법이 아니다”며 “차입금도 올해 9월까지 전액 상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김상범 시 경영기획실장은 “현행 지방재정법 제78조에는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한 경우 기금 회계 등 다른 회계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전용자금은 당해 회계연도 수입으로 변제할 수 있게 돼 있다”며 “SH공사의 시에 대한 3,000억원 조기상환은 시의회가 내부자금 활용 방안을 강구하라고 해 지난해 미리 합의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박진형 시의원은 “다른 회계로 전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맞지만 기금이 포함된다는 건 서울시의 유권해석일 뿐이고 지방재정법 제9조에 ‘회계는 일반과 특별회계를 말한다’고 적시돼 있고 기금은 빠져있다”고 반박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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