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드리블과 번개 같은 돌파력, 문전에서의 침착함, 순도 높은 골결정력까지.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들이 지닌 재능을 타고난 스트라이커가 한국에도 등장했다. 1일 막을 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의 간판 골잡이 지소연(19ㆍ한양여대)은 경이적인 활약을 선보여 ‘월드스타’로 우뚝 섰다. 세계 축구팬들과 언론들은 콜롬비아와 3ㆍ4위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지소연에 대해 “번개처럼 빠른 지소연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 2만1,000여명의 팬들을 매료시켰다”고 극찬했다.
골잡이 지소연은 이번 대회를 통해 ‘신드롬’을 일으키며 여자축구뿐 아니라 한국축구 전반에 걸쳐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남녀대표팀을 통틀어 이미 A매치 최연소(15세8개월) 출전과 A매치 최연소(15세10개월) 골 기록을 보유한 지소연은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스위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FIFA 주관 대회 한국 선수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그는 FIFA 주관 단일 대회 최다골(8골)도 터트렸다. 8골로 득점 부문 2위에 오른 지소연은 실버슈를 수상했고, 최우수선수 부문 2위에 해당하는 실버볼도 동시에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브론즈볼을 받은 게 역대 최고의 개인상이었다. FIFA 대회에서 2개의 개인상을 받은 것도 지소연이 최초. 무엇보다 지소연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한국축구가 4강 신화를 넘어 세계 3위 역사를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이뿐 아니라 세계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은 그는 ‘월드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였다.
아울러 지소연의 등장은 한국여자축구의 붐 형성에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일월드컵 신드롬으로 여자축구도 덩달아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점차 여자축구에 대해 관심이 멀어지면서 축구팀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20개였던 여자부 초등학교 축구팀은 올해는 18개로 줄었다. 선수 등록수는 고작 331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청소년월드컵에서의 3위 쾌거로 태극낭자를 꿈꾸는 유망주들이 ‘지소연 언니처럼 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감곡초 여자축구부의 김은정(26) 감독은 “축구를 하겠다는 여자 선수들의 수가 점점 줄고 후원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자대표팀의 선전으로 동기부여가 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관심과 후원이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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