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낭자가 한국축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아시아의 강자로 심심치 않게 돌풍을 일으켰던 한국축구는 청소년대회와 월드컵에서 ‘4강 신화’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한국은 1983년 멕시코 청소년(20세 이하)월드컵 4강,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업적을 세웠다.
그러나 남자축구의 신화는 2차례 모두 4위로 끝을 맺었다. ‘지메시’ 지소연(19ㆍ한양여대)을 앞세운 여자 청소년(20세 이하) 대표팀은 남자축구도 해내지 못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3위를 차지하며 한국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여자 청소년대표팀이 1일(한국시간) 독일 빌레펠트 쉬코 아레나에서 열린 2010 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3ㆍ4위전에서 ‘남미의 복병’ 콜롬비아를 1-0으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축구는 남녀를 통틀어 처음으로 FIFA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세계 3위의 쾌거는 한국 여자축구의 선수 등록수가 1,404명이라는 턱 없이 부족한 자원과 환경 속에서 달성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또 한국은 FIFA에서 수여하는 페어플레이상도 거머쥐어 영광을 더했다.
이번 대회 ‘돌풍의 팀’간 맞대결로 기대를 모았던 3ㆍ4위전은 팽팽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지소연과 권은솜(울산과학대)을 최전방 투톱으로 내세운 한국은 세밀한 패스워크로 콜롬비아를 압도하며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매끄러운 공격을 전개한 한국은 초반부터 득점 기회를 잡았다. 전반 14분 미드필드 왼쪽 부근에서 김나래(여주대)가 올린 프리킥을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민아(영진전문대)가 왼발 슛으로 살짝 방향을 틀었지만 아쉽게 오른쪽 골대를 맞고 말았다. 또 전반 36분 전담키커 김나래가 골문 30여m 밖에서 때린 중거리슛은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막판에는 지소연의 슈팅 마저 높게 벗어나며 0-0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 들어 대표팀의 막내 전은하(포항여전고)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던 한국은 후반 4분 해결사 지소연의 골로 승기를 잡았다. 지소연은 권은솜이 재치 있게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패스 연결한 공을 상대 수비수 2명 사이를 뚫고 받은 뒤 페널티지역 안에서 오른발 슛으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이후 정혜인(현대제철)을 투입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한국은 경기 내내 콜롬비아를 압도하며 지소연의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켰다.
이어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는 한국을 물리치고 올라온 독일이 나이지리아를 2-0으로 물리치고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알렉산드라 포프(FCR 뒤스부르크)는 이날 전반 8분에 선제 결승골을 터트려 10골로 골든슈(득점왕)와 골든볼(MVP)를 차지했다. 8골을 기록한 지소연은 실버슈와 실버볼 을 거머쥐었다.
한편 여자 청소년 대표팀은 4일 오후 4시50분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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