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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소외계층 어린이 창의예술캠프 수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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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소외계층 어린이 창의예술캠프 수업 현장

입력
2010.08.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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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신나게 뛰어 놀던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각자 그려놓은 자세로 멈췄고, 그대로 살아있는 조각품이 됐다. 작품 이름도 스스로 지어, 뛰다 멈춘 아이는 ‘거기 서’, 턱에 손을 얹은 이는 ‘생각하는 사람’이란다. 김종현(10)군이 차려 자세로 뻣뻣하게 서 있는 조각품이 맘에 안 들었는지 두 손을 들어 올려 검지손가락을 펴 놓는다. 그러자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최윤아(13)양이 자신의 검지손가락으로 조각품의 검지손가락에 갖다 대고…, 덩달아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달려들어 검지손가락으로 접촉했다. 최양은 “영화 ET처럼 보였어요. 배만 좀 더 나왔으면 완벽했는데…”라며 웃었다. 하지만 정작 작가인 김군은 “ET가 뭔데요?”라고 반문했다. 김군은 “(여기서 사귄) 친구들을 가리키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강원 횡성군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청소년진흥센터 주관으로 예술가와 소외계층 아이들이 어울려 마련한 제1회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상상마을 창작 놀이터’현장. 놀이나 체험을 통해 예술세계에 쉽게 접근하도록 마련된 이 캠프에는 저소득층과 다문화 가정, 새터민 자녀 등 어린이 300명이 참가했다. 연극인, 미술가 등 예술인 15명은 낱말쪽지를 숲 속에 숨겨두고 보물찾기로 연극을 만드는 ‘이야기 보물찾기’, ‘풀피리 배우기’, 꽃 나뭇가지 풀잎 따위로 머리띠 팔찌 브로치를 만드는 ‘누에고치 대작전’ 등 각자 다양한 놀이수업을 준비했고, 아이들은 이 가운데 3개를 선택해 참여했다.

‘몸으로 만드는 예술품’을 진행한 공연예술가 이철성(40)씨는 “미술관이나 공연장에 갈 필요 없이 내 몸과 친구가 서로 교감하며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지금 이 공간이 바로 전시관이다”라고 말했다.

창의력이든 예술이든 자유로운 표현이 공부의 시작이라고 한다. 느낌을 말해보라고 하면고개를 푹 숙인 채 선생님과 눈도 못 맞추던 아이들은 이틀쯤 지난 뒤에는 제법 근사한 대답들을 해냈다. “친구와 교감을 통해 표현하는 게 즐거웠어요.” “자연 속에서 새로운 체험을 하는 것이 좋았어요.”

통나무 오두막에서는 타악기 연주가 한창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생수통, 냄비, PVC파이프, 알루미늄 접시, 빨래판 등을 들고 중구난방 열심히 쳐댔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사물들이 타악연주자 양진호(28)씨의 지휘에 따라 조금씩 어우러지더니 “둥따 둥따 땅 똥똥, 둥따 둥따 땅 똥똥…”하면서 금세 그럴싸한 화음을 엮어냈다. 이제는 강약과 빠르기 익히기 차례. 아이들은 너나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발로 장단을 맞춰나갔다. 빨래판을 연주한 최다니(10)양은 “이런 건 처음 해보는데 정말 신나고 재미있어요”라며 즐거워했다. 양씨는 “모든 구성원이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아 함께 어울려 앙상블을 만들 듯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수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대영(50)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은 “당장 2박 3일만에 창의력이 생기진 않겠지만,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어린이들에게 이 캠프가 미소를 짓게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매년 여름, 겨울방학마다 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횡성=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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