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째 주 정부청사에선 장관들 얼굴은 보기 힘들 듯싶다. 이명박 대통령 휴가 일정에 맞춰 장관들도 일제히 여름휴가에 일제히 들어가는 탓이다. “장관들도 쉬어야 한다” “이 때가 아니면 휴가 가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지만, 장관은 물론 주요 해당 부처의 실ㆍ국장급 실무진이 같은 이유로 휴가를 가게 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일 정부에 따르면 이번 주 휴가를 떠났거나 떠날 계획을 잡고 있는 장관들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 8명에 달한다.
올 들어 휴일 없이 강행군을 이어온 윤증현 장관은 지난 31일 제주도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에 참석한 뒤 가족들과 제주도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4일까지 이어질 휴가에 대해서는 비서실 조차 “모른다”고 할 정도. 특히 휴가철을 맞아 직원들에게 ‘우리는 과연 현장에 있습니까?’란 제목의 편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탁상 행정보다 현장과의 호흡의 필요성을 충고했던 만큼, 휴가 기간 중 현장 방문 가능성도 있다.
2일 휴가를 시작하는 장관들은 윤 장관 외에도 이만의 환경부 장관(2~4일), 유인촌 문광부 장관(2~5일), 전재희 장관(2~6일) 등이다.
휴가를 아예 현장답사와 자원봉사로 잡은 장관도 있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4~6일 휴가를 내고 첫날 경남 합천으로 내려간다. 농촌주택개량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자원봉사와 민생 탐방을 겸한 일정. 농식품부 관계자는 “평소 주말을 이용해 현장을 돌고 있는 장관에게 있어 휴가는 휴가라기보다는 업무의 연장선에 가깝다”며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게 장 장관의 소신”이라고 전했다.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지역구(경북 경산)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 지경부 관계자는 “31일 전경련 하계 포럼에 참석한 뒤 현재 제주도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조만간 지역구인 경산을 찾아 자원봉사 활동도 하고 지역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과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4~6일 휴가를 떠나 독서로 머리를 식히며 재충전의 시간의 갖는다.
사실 정부 업무가 어차피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장관들이 자리를 비운다고 큰 문제될 것은 없다. 한 정부관계자는 “장관들이 휴가를 간다고 해서 업무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겠느냐”면서 “중요 상황에 대한 보고는 계속 이뤄진다”고 말했다. 또 늘 청와대의 긴급호출에 ‘대기’해야 하는 장관들로선 어차피 대통령 휴가일정과 맞출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의 ‘집단휴가’에 가까운 행태는 분명 낡은 관행이란 지적. 또 장관들이 대통령 일정에 맞추듯, 각 부처 실ㆍ국장들 또한 장관 일정에 맞출 수 밖에 없어 정부의 ‘집단휴가’로 인한 행정공백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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