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세금, 요금 더 내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인터넷 댓글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공공요금은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모두 운영 적자를 보이고 있다. 총원가 대비 요금수입 비율은 철도가 72%에 불과, 적자 요인이 가장 크다. 그 뒤를 상수도(82%) 고속도로(84%) 도시가스(89%) 전기(92%)가 따른다. 이렇게 낮은 공공요금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낮은 공공요금, 소득분배 역행
먼저, 소득 분배에 역행한다. 예컨대 낮은 전기료로 이득을 보는 것은 저소득층이 아니라 오히려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이다. 요금을 올려 고소득층에서 충분히 요금을 받고 이를 저소득층 배려에 활용하는 것이 옳다. 이번 공공요금 인상에 이러한 정신이 들어 있는 점은 반갑다. 앞으로 누진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낮은 공공요금은 공기업 적자로 남는다. 낮은 열차요금으로 인한 철도공사의 적자는 일반 국민이 나누어 메워야 한다. 억울한 것은 열차를 별로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정부가 그 원성을 듣기 싫어 다음 정부로 폭탄을 돌리다 보면, 결국 미래 세대가 뒤집어쓴다. 이런 점에서 낮은 공공요금은 우리 아이들의 호주머니에서 미리 돈을 빼 먹는 것과 같다.
아울러 공공요금이 낮으면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물은 값이 싸다 보니 낭비하는 대표 품목이 되어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까지 생긴 것이다.
이런 공공요금을 현실화 하는 것은 경제원리만이 아니라 약자보호 원리에도 맞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은 눈앞의 요금 인상을 바라지 않으므로 공공요금 현실화는 정부로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그 때문인지 정부는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올리되 철도 상수도 도로 등 인프라 요금은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에너지 부문의 적자 규모가 커서 대응이 더 시급한 점은 이해한다. 전기와 가스 부문의 총 원가는 각각 36조와 20조로서 철도 상수도 도로의 합인 7조를 크게 상회한다. 원가가 크니 적자 폭도 큰 것이다. 거기에 한전과 가스공사가 상장사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상장사의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주주의 불만이 높아져 정부가 무작정 요금을 억누를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반면 철도공사 수자원공사 도로공사는 광의의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폭탄 돌리기'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이 3가지 인프라 부문은 원가대비 요금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상태여서 요금인상 필요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3개 부문이 물가에 주는 영향은 에너지 2개 부문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철도 수도 도로 분야의 공공요금 현실화도 조만간 추진되어야 한다. 저소득층 배려가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의 원가 검증능력 높여야
또한 인프라 부문은 상대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아 원가를 낮출 여지가 많다는 지적을 겸허히 들어야 한다. 실제로 철도(32%) 광역상수도(12%) 도로통행료(10%)에서 인건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기(2.3%)나 도시가스(0.6%)에 비해 월등히 높다. 물론 인건비 비중은 사업 성격에 따라 다르므로 철도ㆍ수자원ㆍ 도로공사가 한전이나 가스공사에 비해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동화 등을 통한 인건비 절감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기업이 발표하는 원가에 대한 검증 능력을 높여야 한다. 지금은 공기업이 요금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원가를 부풀려도 정부가 검증할 역량이 부족한 상태이다. 어디까지 원가에 포함할지 등 기준 정립도 시급하다. 참여정부가 검토했다 포기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가격이 원가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망각한 다소 무리한 발상이었다. 그러나 독점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 에너지나 인프라 관련 공공재에 대해서는 철저한 원가 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않기 바란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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