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의 중혼(重婚)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민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아버지의 중혼관계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윤모(75ㆍ여)씨의 신청을 받아 서울가정법원이 민법 제818조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7(헌법불합치)대 1(한정위헌)대 1(반대)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헌재는 위헌결정을 내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공백을 우려해 2011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의 말미를 주고 그때까지는 현행 법 조항을 잠정 적용토록 했다.
민법 818조는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가 중혼관계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 중혼 당사자의 자녀나 손자녀 등 직계비속에게는 취소청구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상속권 등 법률적 이해관계가 보다 큰 자녀나 손자녀 등에게 취소청구권을 주지 않은 것은 과거 가부장적 사고가 바탕이 된 것일 뿐 합리적 사유를 상정하기 어렵고,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평안남도 출신으로 1933년 A씨와 혼인해 윤씨 등 세 자녀를 얻은 윤씨의 부친은 6.25 전쟁이 나자 윤씨만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윤씨의 부친은 59년 A씨가 사망한 것으로 처리하고 B씨와 재혼해 살다가 87년 사망했다. 이후 계모 B씨와 상속문제로 갈등을 겪던 윤씨는 지난해 “부친이 북에 살아 있는 어머니에 대해 허위로 사망신고하고 재혼한 것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한 뒤 관련 민법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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