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 109조… 재무개선방안에 해법 담을 수 있을까
이지송(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 사업 구조조정, 악성 미분양 해소 등 풀어야 할 난제가 태산이다.
이 모든 고민의 원천은 천문학적인 빚. 자산이 130조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해 삼성에 이어 국내 기업(민간ㆍ공기업 포함) 가운데 두 번째 덩치를 자랑하지만, 이 중 부채가 109조원이나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직 팔지 못한 토지와 아파트 총액이 23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LH만 비껴가지는 않았던 것.
이번 한 주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LH의 '사업성 전면 재검토' 선언도 따지고 보면 다 빚 때문에 생긴 일이다. 취약한 재무구조 때문에 전국 138개의 신규 사업장 중 수지가 안 맞는 곳에서는 과감히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빚이 늘어가는 판국에, 뻔히 적자를 볼 사업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성남시의 구도심 재개발 2단계 구역에서 손을 떼겠다는 사실이 먼저 알려지자, LH의 조치가 성남시의 판교 사업비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 선언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세간의 이목이 더 쏠렸다.
이 사장은 사업성 검토 결과를 다음 달 중 발표하고 손을 떼는 사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어디가 들어가고 어디가 빠지게 될지 해당 지역 주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지역은 빼 달라"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물밑 로비도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 발표되는 퇴출 사업의 규모에 따라, 이 사장은 다시 한번 '뉴스메이커'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해 집행하는 돈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큰 손인지라, LH의 사업성 검토 결과와 재무구조 조정 개선 방안(9월)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다. 취임 단 3개월여 만에 거대 통합조직의 내부 개혁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던 것처럼, 이 사장이 이번에도 부채의 늪에 빠진 공룡을 건져 올릴 수 있을지,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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