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범 프로파일 분석해보니/ 피해자 집 500m 안에 살며 범행후 도망 안간다

"아동성폭행범은 피해자의 집에서 반경 500m 이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범행 후 도망가지 않을뿐더러 범행장소 인근 자신의 집에서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갑니다."

올해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제2조두순(김수철) 사건, 동대문구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부산 김길태 사건과 2008년 경기 안산에서 발생한 조두순 사건, 2007년 안양의 예슬ㆍ혜진이 사건, 같은 해 제주의 양지승양 사건 등 대표적인 아동성폭행 사건 6건에 대한 분석자료가 나왔다. 개별사건에 대한 범죄행동분석(프로파일링)은 종종 있었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한 데 모아 분석한 건 이례적이다.

서울경찰청 강력계의 프로파일러 정혜정(35ㆍ사진) 경장은 이들 6명의 아동성폭행범의 성장환경과 범죄행태를 분석해 아동성폭행범의 공통적인 특징을 추려냈다. 그는 2006년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을 비롯해 아차산 연쇄살인 등 굵직한 사건의 분석을 담당한 경찰 프로파일러 1기 출신이다. 정 경장은 30일 서울의 일선서 경찰관 600명에게 분석결과를 토대로 강연을 했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아동성폭행범은 모두 피해자의 주거지 인근에 살고 있었다. 자신의 집 주변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실제 김길태와 동대문 사건의 범인은 피해아동과 300m 거리에 살고 있었으며, 김수철 역시 피해아동 집에서 420m 떨어진 곳에 거주했다. 가장 먼 경우가 조두순이었으나 그나마도 피해자와 범인의 주거지는 750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범행 후 범행장소 근처에 그대로 머물다가 붙잡혔다. 범행 후에도 도주하지 않은 것이다. 김수철은 자신의 집에서 잡혔고, 김길태는 공개수배 중인데도 범행 현장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범인들은 왜 달아나지 않은 걸까. 정 경장은 아동성폭행범의 성격적 특성 탓이라고 설명했다. "성폭행범은 평소 생활반경이 좁고, 폐쇄적인데다 사회성이 부족해 도주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대인관계가 빈약해 마땅히 은신처를 제공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한테서 연락이 끊어진 후 3~4시간 내 초동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정 경장은 말했다. 충동적으로 아동을 성폭행한 범인은 범행 후 피해자를 살해할 가능성이 큰데, 그 시간이 대체로 납치 후 3~4시간이 흘렀을 때라는 것이다. 정 경장은 "김수철 사건 역시 피해자가 범인이 잠든 틈을 타 도망쳐 3시간30분만에 귀가했는데 달아나지 못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아동성폭행범은 또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찍 사망하거나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긍정적인 아버지상을 갖고 있지 못했다. 정 경장은 "이들의 체격 조건은 대체로 170㎝ 정도의 키에 왜소했고 모두 음주 후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동대문 사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폭력전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