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은 창의적인 미래 기술의 산실로 유명하다. 가장 혁신적이고 상상력이 넘치는 기술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MIT 미디어랩을 보면 된다.
지식경제부가 정보기술(IT) 개발을 이끌 ‘한국판 MIT 미디어랩’ 육성에 착수했다. 일단 올해 1곳을 선정해 매년 50억원 씩 10년간 지원할 계획인데, 5개 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스텍)이 신청, 8월 말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겠다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애플은 기술개발회사가 아니고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 있는 회사”라는 잡스의 말이다. 1월 아이패드, 6월 아이폰 4 출시 발표회에서도 그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애플의 혁명이 그저 기술만 갖고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첫해에 중퇴하긴 했지만, 그는 진보적 인문학 전통이 강한 리드대학 출신이다. 중퇴 후에도 이 학교의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청강했는데, 그것이 훗날 맥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MIT 미디어랩도 글쓰기 강좌가 필수과목이고, 인문학을 최소 8과목 이상 들어야 졸업할 수 있게 돼 있다.
한국은 어떤가. 대부분의 공대생이 글쓰기에 서툴러서 그들에게 맞춘 글쓰기 실용서가 따로 나오고 있다. 인문학은 돈벌이에 도움이 안 된다고 홀대를 받는 처지다. 이래서야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을까. 돈을 아무리 쏟아 붓는다 해도 밑 빠진 독이 되지는 않을까. 한국의 스티브 잡스는 단순 기술자가 아니라 인문적 소양을 갖춘 인재 중에 나올 것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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