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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주막 주모 권정옥씨 "낙동강 마지막 주막에 전념하려 마을 부녀회장도 관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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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주막 주모 권정옥씨 "낙동강 마지막 주막에 전념하려 마을 부녀회장도 관뒀지요"

입력
2010.07.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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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막의 명맥을 계속 이어갈 겁니다.”

1,300리 낙동강의 마지막 주막인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삼강주막의 주모(酒母) 권정옥(62)씨는 30일 막걸리 축제를 치르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주막 노래자랑과 사물놀이, 막걸리 빨리 마시기, 주모 선발대회, 막걸리주전자 쭈그러뜨리기 등의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놀이로 주막의 하루 해는 쏜살같이 기울었다. 찾아온 손님만 1,000명이 넘었다. “최근 입 소문을 타면서 주막이 미어터져요.” 주모를 돕는 마을 부녀회원 12명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삼강(三江)주막은 말 그대로 세 개의 물줄기가 모인 곳에 자리잡고 있다. 본류인 낙동강과 경북 봉화군에서 흘러내린 내성천, 문경시의 금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옛날 삼강나루터는 경남 김해에서 올라온 소금배가 안동 하회마을까지 가는 길목이었고, 한양으로 가는 길손들도 삼강주막에서 고단한 다리를 쉬었죠.”

1900년 무렵 지어진 주막의 원래 주모는 고 유옥연씨였다. 그가 2005년 90세로 세상을 등지면서 주막은 3년간 텅 빈 채로 방치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경북도와 예천군은 2008년 총 4,950㎡의 터에 대청마루 2동과 보부상 및 사공의 숙소 7동, 차량 70대 분의 주차공간, 휴게공원 등을 지어 주막 복원사업을 벌였다.

문제는 주막의 상징인 주모를 구하는 일이었다. 지난해 2월 삼강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부녀회가 팔을 걷고 나섰다. 당시 부녀회장이었던 권씨가 만장일치로 주모로 선출됐다. 권씨는 “갈수록 늘어나는 주막 일에 전념하려고 올 4월엔 부녀회장 자리도 내놨다”고 했다.

수령 400년 회화나무 아래 있는 주막은 기존 슬레이트 지붕이 초가로 바뀌었지만 몸체는 원형에 가깝도록 보존했다. 특히 부엌 흙벽에 세로로 그어진 줄들이 눈길을 끈다. 전임 주모였던 유씨의 외상장부라는 것이 권씨의 설명이다. “까막눈이었던 유 할머니는 불쏘시개로 흙벽에 선을 그어 외상값을 표시했대요. 예전엔 봄 보릿고개 때 마신 술값을 가을 추수가 지나고야 갚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요.”

전임 주모에 대한 회고는 좀더 이어졌다. “유 할머니는 젊었을 적엔 아주 예뻤어요. 주모를 하면서도 욕설 한번 하는 법이 없을 정도로 단정해 남정네들의 마음을 많이 녹였죠. 더구나 길손이 막걸리 한 사발을 시키면 안주로 내놓은 건 볶은 소금이나 김치가 다였대요.” 비록 안주는 볼품 없어도 손수 빚은 정성 어린 막걸리에 손님들이 만족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막걸리에 두부 도토리묵 부침개 칼국수 등 차림표도 다양해졌다. 모두 삼강마을에서 재배한 신토불이 음식으로 안주 가격은 2,000∼3,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싸다. 이곳에서 일하는 부녀회원들의 일당과 운영경비를 뺀 나머지는 모두 마을에 적립된다.

권씨는 “부녀회원 모두 장사가 처음이어서 음식장만, 상 차림 등 서툰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성을 다해 일하다 보니 손님이 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막걸리축제는 다음달 1일까지 계속된다.

예천=글ㆍ사진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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