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육군 공군 해병 등‘타군’과 달리 병(兵) 숫자가 장교와 엇비슷할 정도로 적다. 복잡한 함정과 무기체계를 운용하는‘기술군’특성에 따라 여러 전문 기술병과의 부사관이 전체의 40%로 가장 많다. 수가 적은 만큼 알뜰한 보살핌을 받기도 하지만, 수병(水兵)들은 대개 갑판 장포(裝砲) 견시(見視) 등 험하고 궂은 일을 도맡는다. 그래서 푸른 바다의 낭만과 하얀 뽀빠이 세일러복, 수병 차림의 매력에 이끌려 자원 입대했다가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바다에서나 육지에서나 늘 늠름하다.
■우리 해군 함정은 대체로 함포를 비롯한 무장이 많은 편이다. 주력 전투함끼리 맞붙는 정규 해전보다 간첩선과의 교전 등 다양한 비정규전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적 간첩선이 자주 출몰하던 때에는 전투배치 상황이면 갑판 기관 취사 의무 등의 비전투부서 인원까지 M16등 소병기를 들고 노천 갑판에 자리 잡았다. 원래 전투상황에서는 포 요원을 빼고는 모두 장갑 격실 안에 머물고 격문을 폐쇄한다. 함정과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요즘 사정은 많이 다르지만, 함포 등 무장이 많으면 비전투부서에서 포 요원을 차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인원이 적은 소형 함정은 그렇다.
■고 박동혁 병장은 2002년 제2 연평해전에서 침몰한 참수리 고속정의 의무병이었다. 그는 적의 기습으로 부상한 정장 윤영하 대위 등 전우를 돌보다 20mm 포 사수 황도현 하사가 쓰러지자 대신 처절하게 싸웠다. 중상을 입은 박 병장은 온 몸에서 파편 100여 개를 꺼내는 수술을 받았으나 84일 만에 숨졌다. 전사 장병 6명 중 유일한 수병이었다. 8년이 지난 28일, 해군은 새로 건조한 6번째 유도탄고속함(PKG 717)을 박동혁함으로 명명했다. 수병을 기리는 최초의 함정이다.
■해군은 참수리를 대체하는 새 유도탄고속함에 연평해전 전몰장병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2007년 윤영하 함에 이어 한상국 조천형 황도현 서후원 등 부사관들을 기리는 고속함이 탄생했다. 주력 전투함에 세종대왕 이순신 강감찬 등 역사적 인물과 손원일 제독 등 해군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과 나란히 새로운 전통을 만들었다. 이날 함께 진수된 7번째 고속함이 한국전 때 활약한 고 현시학 제독을 기리는 것에서 박동혁함의 상징성이 두드러진다. 항공모함을 조지 워싱턴 등으로 명명하는 미 해군은 주력 구축함에 한국전 등의 전몰사병들의 이름을 붙였다. 박동혁함이 해군 수병들의 헌신적 노고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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