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가 ‘명인전 삼국통일’에 실패했다. 지난 27일 중국 후난성 창더시에서 벌어진 제1회 창더배 세계바둑명인쟁패전 결승에서 중국의 구리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명인 타이틀 보유자가 만나 ‘세계 최강 명인’을 가린 이번 대회는 역토너먼트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추첨을 통해 3명의 선수 가운데 두 명이 먼저 1차전을 치르고 1차전 패자가 나머지 한 명과 2차전을 벌인 후 1, 2차전 승자가 다시 3차전에서 만나 우승, 준우승을 가리는 방식이다. 어느 선수든 반드시 2승을 거둬야 우승할 수 있어서 일반적인 토너먼트와 달리 부전을 뽑은 쪽이 오히려 불리하다.
24일 저녁 개막 전야제서 추첨 결과 이야마 유타가 부전을 뽑았다. 25일 1차전에서 이창호가 구리에 불계승을 거둬 통합 명인을 향해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그러나 26일 2차전에서 구리가 이야마를 꺾고 부활, 27일 3차전에서 다시 이창호와 결승전을 벌여 구리가 승리했다. 서로 1승씩 주고 받았지만 총전적에서 구리(2승1패)가 이창호(1승1패)를 앞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로써 두 선수의 통산전적은 7승6패(이창호 기준)로 좁혀졌다. 구리는 오랫동안 중국 바둑계 1인자로 군림하다 최근 콩지에에 밀려 랭킹 2위로 내려간 상태다.
중국기원과 인민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후난성 체육국과 창더시가 공동 후원한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30만위안. 준우승 20만위안, 3위 10만위안이다.
한중일 3개국 타이틀 보유자들의 대결은 1996년에 한 차례 열렸다. 당시 한국의 국수 타이틀 보유자인 이창호와 일본 명인 다케미야 마사키, 중국 명인 마샤오춘이 출전해 이창호가 4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개최되는 똑같은 명칭의 명인전 우승자끼리 만나 ‘통합 명인’을 가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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